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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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만남과 결혼]똑똑하고 야무진 그녀들은 이런 남자와 결혼한다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5.17.2017 20:50:54  |  조회수: 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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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매니저들의 사랑법

 

 아침 출근길에 회사 건물 입구에 웬 남자가
서성거리고 있었다. 유심히 보니 안면이 있는 사람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랑 같이 일하는
커플매니저의 애인이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웬일이세요?”
“아, 예….”


그는 약간 멋쩍은 표정으로 얼굴이 붉어진다.
그 한 달 전쯤이었다. 퇴근을 하려는데, 매니저 A가 결혼할 사람이라면서 남자를 인사시키는 것이다. 축하도 해줄 겸 저녁을 대접했다. 준수하고 깔끔한 외모에 얘기를 해보니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다. 아끼는 직원의 결혼소식에 기분이 좋아져서 소주 한잔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그 남자가 어색하게 나를 대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이었다.
의아한 마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오니 몇몇이 모여 웅성웅성한 분위기다. 마침 매니저 A가 보이기에 “밖에 애인 와있던데…”라고 했더니 얼굴이 굳어진다. 얼마 후 얘기를 들어보니, 매니저 A에게 다른 남자가 생긴 모양이다. 그래서 내가 알던 그 애인이 여자와 연락이 안 되고, 자기를 피하니까 회사로 찾아온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매니저 A의 새 남자가 우리 회원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나이가 12살이나 차이 나는. 남녀 사이의 일이야 당사자밖에는 알 수 없지만, 나로서는 괜찮은 그 남자를 배신하고 그런 선택을 한 매니저 A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에 소동을 일으킨 것도 그렇고, 나 보기가 뭐했던지 그녀는 내가 만류하는데도 사표를 내고 말았다.
9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 결혼정보회사라는 것을 처음 운영하면서 많은 시도를 했는데, 그 중 하나가 종전에는 주로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담당하던 중매 업무를 세대 교체한 것이다. 커플매니저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이 업종의 인재를 양성하자는 야심 찬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젊은이가 유입되었고, 대다수는 여성들이었다.

 
떡 장사가 떡을 만지면 떡고물 묻는다는 말도 있듯이 커플매니저가 하는 일이라는 게 회원과 소통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고, 매니저나 회원들이 청춘 남녀들이다 보니 정분이 나곤 했다.
하지만 기껏 업무를 가르쳐 놓으면 회원과 결혼해서 퇴사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지니 회사 운영에 차질이 생기고, 시간과 비용의 손실도 커졌다. 그래서 회원과 결혼하면 퇴사 처리한다는 사규를 만들고, 결의대회도 한번 했다. 결혼을 시키는 회사가 이유야 어쨌건 직원들 결혼을 간섭하는 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느 해인가의 일이다. 중년 여성 한 사람이 커플매니저를 하겠다고 찾아왔다. 품위있고, 부유해 보이는 분위기가 일할 사람 같지 않아서 몇 번이나 의사를 확인했다.


“여사님. 여기는 소일거리로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제가 소개만 했다 하면 다 짝이 되었어요.
이 일이 적성에 맞아서 제대로 일해보고 싶으니

꼭 좀 일하게 해주세요.”


그분의 의지가 강해서 일단은 몇 달 지켜보기로 했다. 그 후 그분이 보여준 성실함은 내가 의심을 가졌던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제일 먼저 출근하고, 자기 업무 외에 사무실 청소도 도맡아서 하고, 신입이라 월급이 얼마 되지 않는데도 직원들 간식도 자주 사오고, 오래지 않아 그분은 직원들에게 큰 언니처럼 든든한 존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그분이 출근하지 않는 것이었다. “사정이 생겨 일을 그만둔다”는 전화 한 통뿐이었다. 알고 보니 그분은 아들 결혼을 위해 위장취업을 한 것이었다. 결혼정보회사에 미혼여성들이 많이 모이니까 아예 커플매니저로 들어와서 자신이 담당하는 여성회원들을 아들에게 소개를 해준 것이다. 화도 났지만, 아들 결혼을 시키고 싶은 어머니의 간절한 열망을 어찌 이기겠는가.
매니저 한 사람이 결혼소식을 전하면서 주례를 청한다. 아무리 사장이라도 젊은 나이에 무슨 주례를 서나 싶어 거절했는데, 하도 간곡하게 청하기에 승낙을 했다. 내게 신랑감을 인사시키는데, 회원이 아닌가. 졸지에 내가 사규를 어기고, 주례까지 선 공범이 되었다. 그때부터는 회원과의 결혼을 막을 명분이 없어지면서 분위기가 완화되었다.
결혼정보회사라서 그런지, 매니저들이 회원들 결혼도 잘 시킬 뿐만 아니라 본인들도 알아서 결혼을 잘한다. 미혼사원이 30여명 있었을 때, 90% 이상이 줄줄이 결혼을 했는데, 그 중 50%가 회원과 결혼을 했다. 물론 여자들이 많은 직장이고, 담당하는 회원 중에 남자들이 많다 보면 마음이 통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사람 심리가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을 오픈하면 신뢰와 친밀감이 생기고, 그런 상황에서 매력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끌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매니저들은 남자 볼 줄 알고 고를 줄 아는 안목이 있다. 남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고민하는지 알고, 어떤 결혼상대를 찾는지도 안다.
더 중요한 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그들을 보면 거의 다 잘살고 있다. 이혼이 많은 세대에 대단한 일이다. 왜 커플매니저들은 결혼해서 잘 살까. 결혼을 잘해서일까. 그런 사람도 있지만, 다는 아니다. 많은 사람을 접하면서 이혼을 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직업의 특성상 유연한 사고를 갖게 되는 것도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에서 궁금증이 생길 만하다.



커플매니저들은 어떤 남자들과 결혼할까.
무난한 남자들이다. 튀지 않고, 모나지 않은 성격, 어디서나 잘 융화되는 스타일 말이다.
그리고 다루기 쉬운 남자들이다. 그렇다고 공처가는 아니다.
이런 유형은 이견이 있을 때 대화가 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 생긴다.

보통 좋은 신랑감 하면 직업이나 재력을 먼저 보지만,
그녀들은 이렇게 남들 보기에 좋은 조건들은 실상 결혼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인기직종이라고 배우자에게 인기가 있는 게 아니고, 전문직이라고 결혼생활에 전문은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성격과 성향을 자주 보는 것이다.



지난 20여년 동안 있었던 매니저들과 회원들 간의 사연만 해도 책 몇십권이 나올 만큼 많다. 오늘은 그 중 한 페이지를 꺼내어 추억해 보았다.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여러분이 결혼을 잘 아는 똑똑하고 야무진 커플매니저들의 결혼에서 한 수 배우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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