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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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진의 만남과 결혼]60대 남자와 28살 나이 차 여성 중매하며 뺨맞고내가 잘 못한 것인가?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5.28.2017 07:56:10  |  조회수: 4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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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 우리 결혼날짜 잡았습니다.”
“결국 결혼하시네요. 축하합니다.”

60대 사업가가 결혼소식을 알려왔다.
그의 결혼담은 지금까지 얘기 중에 가장 쇼킹할지도 모른다.
무려 28살 차이 나는 결혼이니 말이다.


그는 자식을 낳기 위해 재혼을 의뢰한 60대 교포 남성으로 21회째 원고에서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그의 결혼 상대를 찾기까지를 돌이켜보면 이건 나의 고생담이라고 할 만큼 험난한 과정이었다.
사실 중매를 한 후 두 달 동안 거의 매일 고민을 했다. 내가 잘한 일인지. 당사자들에게 잘 된 일인지, 수백 번 혼자 되뇌었다. 결혼은 당사자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사회통념도 무시할 수 없는데, 28살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것은 결코 그냥 넘길만한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로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가도 사회적 편견에 의해 본인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어려움을 생각하면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이 커플처럼 고민이 깊었던 적은 일찍이 없었다. 더구나 이들의 결혼에는 우리 시대 결혼문화에 대한 의미도 담겨 있어서 나로서는 각별한 것 같다.
남성에게 처음 의뢰가 왔던 올봄. 처음에는 솔직히 무시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했을 뿐이었다. 이런 경우는 일반적이지도 않거니와 잘되면 본인들이 잘해서고, 안되면 중매자가 욕을 먹게 되어 있다.
그런데 남성이 생각보다 집요했다. 매일 서툰 한국말로 메일을 보냈다. 자신이 왜 재혼을 해야 하는지, 왜 아이를 낳아야 하는지,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물론 그의 진심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하지만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지 않나.

“선생님. 본인 생각만 하시면 안 됩니다. 정말 이런 건은 몇만명 중 한명 있을까 말까예요.”
그럼 보통 사람들 같으면 어려움을 알고 물러설 텐데, 그는 더 다가온다.
“다행이네요. 한명도 없다는 것보단 가능성이 있네요. 기도하겠습니다.”


 
그렇게 형식적인 대화만 오고 갔다. 한 달쯤 지난 어느 날이었다.

“이 대표. 0월 00일 날, 소개하겠다고 한 사람 만나러 한국 갑니다.”
폭탄선언을 하는 것이다.
워낙 노련해선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해서 밀어붙일 작정인 것 같았다.
“이미 티케팅 다해놨어요. 사업도 중요한 시점인데. 밑에 맡겨놓고 갑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게 되니 더 이상은 버틸 수 없었다. 내가 두 손을 들고 말았다. 인정에 약한 게 탈이면 탈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고행길이 시작되었다. 사실 그가 거액의 회비를 낸다는 것도 받지 않은 터였다. 될 것 같으면 미리 받지만, 안된다고 생각하는데, 받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단 상대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지켜본 그가 신뢰할만한 사람이라는 것도 내가 고생을 자처한 이유였다.
보통 나이 차이가 많이 날 때 남성이 여성을 보는 시각은 세 가지다. 인형 대하듯 하는 경우, 하녀 대하듯 하는 경우, 그리고 인간적으로 대하는 경우인데, 그는 인격을 갖추고 있어 상대가 아무리 어려도 인간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평소 내가 아는 여성들과 회원들에게 문자를 날렸다.
“남성이 성격 좋고, 경제력 좋은데, 나이가 좀 많습니다.
사람만 괜찮으면 나이 차이가 좀 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여성들 계시면 회신 주세요.”
20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난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그럼 시작도 하기 전에 판이 깨진다. 일단 낚시질을 해보자는 작전이었다.
18명이 연락을 해왔다. 프로필을 확인해보니 3명 정도는 장난인 것 같아 제외하고, 15명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보았다.
첫 번째 여성.
“나이 차이는 최대한 얼마 정도 가능한가요?”
“8살까지 생각하는데요.”
패스다.
두 번째 여성.
“사람만 괜찮으면 좀 많아도.”
“10살은요?”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12살은요?”
“…. 그건 안 되겠네요.”
패스.
세 번째 여성.
“12살까진 괜찮아요.”
직접 얘기해보려고 만났다.
조심스럽게 말문을 뗐다.
“사실 나이 차이가 두 자리 수를 한참 넘어가는데….”
놀라는 여성 표정.
“도저히 그건….”
나중에 이 여성의 부모님에게서 항의전화를 받았다.
“진실하게 일하는 분 같아 그냥 넘어간다. 다른 사람 같으면 가만두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렇게 나이 차이 많은 결혼은 할 수 없다.”
일종의 뺨 맞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10명 여성을 만났다. 20살 나이 차라는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이들에게 최대 허용치는 12살 띠동갑 정도였다. 그 이상은 하늘이 내려준 만남이다.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었다. 어느 날 자다가 눈을 번쩍 떴다. 2년 전쯤, 어떤 여성이 보낸 메일이 기억난 것이다.
“나이 차이가 많아도 사람만 괜찮으면 해외에서 살고 싶습니다. 지금 저는 돈 한 푼 없고, 심지어 빚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돈 없으면 결혼 못합니다. 아버지 사업 실패로 알거지가 되고 제가 가장 노릇 하느라 돈 못 모았어요. 그러다가 결혼할 나이가 되어 남자 몇 명 만나봤는데, 결혼하려면 돈이 필요하더라고요.
어떤 남자는 혼수를 요구해서 엄두도 못 내고 그만뒀어요. 또 어떤 남자는 돈 필요 없다고 그냥 몸만 오라고 해놓고 막상 결혼하려고 보니 그래도 1000~2000만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한국은 여자도 돈 없으면 결혼할 수 없는 구조예요. 제 처지로는 정식 결혼식은 꿈도 못 꾸고, 동거를 하려고 해도 돈이 필요해요. 그렇다고 이제 돈을 벌려니 언제 벌어서 결혼하나 싶어 막막합니다. 차라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나만 사랑해주고, 돈 바라지 않는 남자 만나면 좋겠어요.”
당시 심정적으로 이해되어 몇 번 소개했는데, 결과는 그녀가 말한 그대로였다. 큰 식당을 하는 집안 아들을 소개했는데, 어머니가 처음에는 몸만 오라고 해놓고 나중에는 돈 없는 집이라고 내게 불평을 한 것이 생각났다. 그녀에게 안부전화를 했다. 아직 미혼이었다. 이미 15명에게 퇴짜를 맞은 후라 다른 작전을 쓰기로 했다.
“나이 좀 많은 것 빼고는 고루 갖춘 남성 있는데, 자녀를 원한다. 그래서 20살 이상 차이가 나는 여성이라야 하는데, 혹 주변에 소개할 만한 친구 없을까요?”
1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이번에도 안 되겠구나, 싶었다.
“근데, 왜 친구를 소개하라고 하세요? 저는 대상이 안 되나요?”
당장 달려갔다.
직접 만나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니 한번 만나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날 양쪽에 상대의 사진을 보냈더니 둘 다 좋다고 한다. 어렵게 가능성이 열린 만남이었다. 이런 기회가 또 올지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양쪽에 규칙을 정해주었다.
“바로 만나거나 전화하지 말고. 2주 정도는 메일만 주고받으세요.”
남성에게 당부했다.
“여성이 선생님의 조건을 100% 받아들인 게 아니고 일단 만나보겠다고 한 것이니, 만나시면 무거운 얘기는 절대 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해주세요.”
여성에게 몇 번이나 다짐을 받았다.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선택이거나 즉흥적인 생각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만두세요.”
돌다리도 두들겨 본다고. 두 사람을 꼼꼼히 관찰했다.
남성은 나이에 비해 순수한 편이고, 해외에서 자리 잡기 위해 젊은 시절 성실하게 일만 한 사람이다.
“선생님. 딱 까놓고 말씀드리면… 잘 사세요?”
“나는 부자는 아니다. 미국 경제위기를 세 번이나 이겨냈고. 그래서 어려울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안다. 결혼하면 평생 지킨다. 내 책임은 다한다. 공부하겠다고 하면 하게 하고, 원하는 게 있으면 내 능력껏 해줄 거다.”
내가 지켜본 여성은 이랬다. 그렇게 힘들게 살았으면 좌절하거나 정규 코스가 아닌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릴 수도 있었는데, 자신을 지키며 살았다.
두 사람은 장점이 잘 조화를 이루면 잘 살 것이다. 남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고, 여성은 정신력이 강하다. 다만,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그 보상심리로 사치할 가능성도 있는데, 남성이 잘 붙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은 전화와 메일을 통해 많은 대화를 나눴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했다.
“제가 존경하고, 많이 배우면서 결혼생활 할 수 있는 분을 만난 것 같아요.”
여성의 마음이 확고해지면서 결혼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의 결혼소식을 들었지만, 그래도 난 걱정이 많다.

내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이 결혼이 잘 성사되어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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