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결혼소식을 기다리면서 눈여겨보는 커플이 있다.
여성은 강남에 10여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자산가의 외동딸인데,
명문대를 졸업하고 1억 5천 이상의 연봉을 받는 81년생 골드미스다.
부잣집 딸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는 자기관리를 통해 사회적 성취를 이룬 1등 신부감이다.
“성실하고 건강한 사람이면 좋겠어요.”
“돈이야 우리도 많고, 딸애도 많이 벌잖아요.
성격 서글서글하고 듬직하면 사람으로 찾아봐주세요.”
부모님도 그렇고, 딸도 학벌이나 직장, 그런 것보다는 화목한 집안에서 원만하게 성장한 심신이 건강한 남성을 원한다고 했다.
두 명의 남성을 찾았는데, 공교롭게도 78년생 동갑내기였다.
서울의 중위권 대학을 나와서 공기업에 다니며, 훤칠한 키에 인상이 좋다는 점도 비슷했다.
집안으로 보면 그녀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평범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그 나이에 맞는 정도로 돈도 모으고, 성실하게 살아온 남성들이었다. 여성은 두 사람 모두 무난하다면서 만나보겠다고 했다.
그는 잘사는 집안, 그리고 인상이 좋은 여성을 원했고,
그런 부분에서 그녀가 잘 맞는다고 판단했다.
만나고 나서
여성은 남성에게 호감이 있다고 했는데,
남성은 분명하게 의사표시를 안했다.
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결정 못하시는 이유가 있어요?”
“여자 나이 서른 일곱이면 좀 많은 편이고, 외모도 너무 평범해서..”
굴러들어온 복을 찬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성의 경제력과 능력은 마음에 드는데,
나이가 좀 더 어리고, 좀 더 예뻤으면 하는 미련이 있는 것이다.
이 남성이 욕심을 내는 데는 자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맞선을 보면서 한번도 퇴짜를 맞은 적이 없다 보니
여성을 만나는 데 있어서 자신이 있는 것이다.
자신의 매력이 이 여성에게도 통한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그는 계속 확답을 미루면서 시간을 끌었다.
대답을 기다리는 여성에게 설명을 해줘야 했다.
“OO님. 남성분이 신중한 성격이다 보니 고민이 많이 되나 봐요.
조금만 더 기다려주실 수 있죠?”
남성에게는 최후 통첩을 했다.
“며칠 안에 답을 주셔야 합니다.
지금도 사실 많이 기다린 건데,
더 시간을 끌면 그건 매너가 아닙니다.”
그런데도 남성은 결론을 못내렸고,
나는 여성에게 이 만남은 정리하자고 설득을 했다.
사실 여성 입장에서는 많은 것을 양보해서
남자 사람됨됨이 하나만 보겠다고 해서 만난 건데,
결과가 좋지 않으니 속상한 건 당연했다.
그는 무조건 여성을 우선시했다.
약속시간도 여성에게 맞추고,
웬만하면 여성이 원하는 대로 했다.
튕기고 미적거리면서 사람 애를 태우게 한 A와는 전혀 달랐다.
“결혼하려고 사람을 만난 건데,
서로 맞춰가면서 노력해야죠.
나이가 들면 자기 방식이나 생각이 강하잖아요.
근데,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상대방도 역시 그런 건데,
자기 주장만 하면 사람 못만나죠.”
B는 여성이 마음에 들어서 올인하겠다고 했고,
여성도 B의 배려에 흡족한 눈치였다.
두 사람의 청첩장을 받을 날도 머지 않았다.
참고로 A는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다.
이게 마음에 들면 저게 아쉽고,
그러다가 좋은 사람 놓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