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던 부부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그 부부에게 궁금한 점은 두가지였다.
정말 사랑해서 결혼했을까?
그리고 왜 이혼하지 않을까?
20대 중반에 결혼한 두 사람은 서로 상극이었다.
10가지 중 9가지가 안맞을 정도로 성격, 식성, 취향 등이 많이 달랐다.
대개 성격이 다른 남녀가 만나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는데,
두 사람은 아니었다. 아내는 소심한 남편을 “답답하다”고 했고,
남편은 괄괄한 아내를 “드세다”고 했다.
경상도 아내는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주로 만드는데,
남편은 담백한 음식을 좋아했다.
아내는 “짜다”, “강하다”고 음식평을 해대는 남편이 너무 얄미웠고,
남편은 20년 넘게 함께 살았으면서도
자기 입맛 한번 제대로 못맞춰주는 아내가 서운했다.
이렇게 서로에 대해 감정적으로 맺힌 부분을 풀지 않고 살다 보니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 싸움을 했다.
자녀들도 이혼하라고 권할 정도로 부부 사이가 안좋았다.
그런데도 이혼을 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었다.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다.
남편 외벌이로 가족이 빠듯하게 사는 형편에 이혼을 해서
재산분할이라도 하게 되면 힘들게 장만한 집을 처분해야 하는데,
부부는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혼도 돈 있는 사람들 얘기라고 포기하고 살았다.
그렇게 살다 보니 부부는 50대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은 우연히 화장실에서 아내가 머리 염색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흰 머리가 난 지는 오래 되었겠지만, 데면데면 지내다 보니
남편은 그날에서야 아내의 흰머리를 유심히 본 것이다.
“손이 안닿는 데를 염색하느라 거울을 들여다보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짠하더라고요.
나한테 해달라는 소리도 안하고...”
입이 안 떨어져서 도와주겠다는 말은 못했지만,
남편은 잘해준 것도 없는데, 아등바등 살다가
어느 새 늙었다는 생각에 아내가 안쓰러웠다고 한다.
그날 이후 남편은 아내와 다투는 일이 있으면 참게 되고,
불평이나 잔소리도 덜하게 되고,
그러니까 아내도 목소리가 작아지고, 부드러워졌다.
그러면서 부부 싸움도 점점 줄어들었다.
부부 사이가 좋아진 것도 아니고, 없던 정이 생긴 것도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함께 견뎌온 부부가 서로에게 갖는 마음이다.
그 까맣던 머리가 하얗게 된 걸 보면 그 모습이 내 모습 같기도 하고,
서로를 고생시키면서 힘들게 살았다는 생각에 밉다가도 측은한 마음이 든다.
그것이 바로 결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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