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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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이 더 큰 불행이 되는 건.. 가족이 없는 것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7.08.2019 22:49:21  |  조회수: 4735

〔선우대표 이웅진의 화려한 싱글은 없다


불행이 더 큰 불행이 되는 건..

가족이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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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울고 있었다.

형수님은 묵묵히 남편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순간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분의 사연을 아는 나로서는 참 가슴 아픈 모습이면서

한편으로 정말로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이상수, 그는 나의 인생 선배다.

사람에 대해 감탄하는 일이 드문데,

선배는 나를 감탄하게 하고, 감동시킨다.


농촌의 형제 많은 집에서 태어나 서울대를 졸업한 후

한국일보 기자가 되었고,

미국 이민을 가서 해양학 박사학위를 받고 공기업에서 일했다.

능력과 실력을 갖추었음에도

워낙 강직하고 곧은 성격 때문에 업무에 있어서

높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크게 출세는 못한 채 평범하게 은퇴했다.


미국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해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다.

두 딸도 잘 키웠다.


큰 딸은 명문대를 나왔고,

사위는 큰 기업에 다닌다.

둘째 딸은 의사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이제 막 편안하게 은퇴생활을 시작할 참이었다.

정원이 넓은 집을 마련했고,

행복이 찾아오는가 싶었다.


3년 전 첫 번째 불행이 닥쳤다.

대장암이 발병한 것이다.

수술은 했지만, 치료비가 70만불,

우리 돈으로 7억원 넘게 나왔다.


일부를 내고, 나머지는 보험으로 충당했다.

한국 같으면 암수술을 하고

1주일 이상은 입원을 하는데,

병원비가 워낙 비싸서

수술 다음날 퇴원을 했다.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퇴원을 했으니 통증이 얼마나 심했겠는가.

진통제로 간신히 버텼다고 한다. 아픈 환자 못지않게

형수님이 간병인, 운전기사, 보호자 역할을 하느라

고생을 참 많이 했다.

힘든 투병생활을 이겨냈고,

그렇게 다시 평온을 되찾는 듯 했다.


치아가 너무 안좋은데도

미국은 치과 진료가 비싸서 참고 버티다가

결국은 한국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치아가 너무 많이 삭아서

1년 뒤에 한번 더 치료를 받아야 했다.


    “한국 가기 딱 이틀전이었어.

큰 나무 가지치기를 하려고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떨어졌어. 높이가 한 2미터쯤 되나.”


대장암 수술 후유증으로

손발의 감각이 무뎌졌는데,

사다리를 헛디딘 바람에 땅에 떨어져서

두 다리가 골절이 된 것이다.

하필 집에 혼자 있을 때였다.

쓰러진 그를 보고 지나던 행인이 도와주려고 했는데,

괜찮다고 그냥 보냈다고 한다.


    “도와달라고 하지 왜 그러셨어요?

그땐 정말 괜찮으셨던 거예요?”

    “괜찮긴.. 그냥 참고 버틴 거지...”


행인이 가고 난 후

집안까지 겨우 기어와서 119를 불렀다.

병원에 가서 보니 한쪽 다리는 골절이 되고, 

다른 쪽 다리는 뼈가 으스러진 상태였는데,

그 정도가 너무 심해서 당장은 수술이 안되고,

1달 이상 있어야 했다.


대개 그 정도로 다쳤으면 병원에 입원을 하는 게 맞는데,

이번에도 병원비가 비싸서 집에서 수술을 기다렸다.

대장암 수술 후 진통제를 맞으면

배변이 잘 안되서 약 없이 통증을 견뎌야만 했다.


양다리가 부러졌으니 기본적인 생활 자체가 힘들었다.

그 뒷바라지는 오롯이 부인 몫이었다.

그런데도 부인은 힘든 내색 없이 참고

묵묵히 간병을 했다.

훨체어 타고 다니기

수월하게 집안의 문이란 문은 전부 나사를 풀어서

뺄 정도로 꼼꼼하게 남편을 챙겼다.


난 이것이 부부의 상호작용이라고 본다.

부부 각자가 자기 역할을 잘 해냈고,

그래서 서로를 신뢰하고 상대에 대한

고마움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이렇듯 불행이라고 여길 만큼

힘든 시간이 그들에게 닥쳤을 때

부부는 서로에게 절망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는 이유가 되고, 힘이 된다.


미국 출장을 갈 때마다 시애틀의 선배 집을 방문하는데,

이번에도 연어를 사들고 갔다.

내가 왔다고 선배는

몇 달만에 정원으로 나왔다.

점심식사를 하고 모히토 한잔씩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던 때였다.


    “박사님은 영웅시대의 주인공이세요.

오늘의 한국이 있기까지 박사님 세대의

    헌신이 있었지요.

이제 편히 쉬셔야 되는 시기에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데,

    저라면 절망했을텐데 의연하게 이겨내시는 걸 보니

후배로서 정말 감동을 느낍니다.”


내 말을 들은 선배가 회한에 찬 표정을 짓더니

결국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부인이

“그 힘들 때도 눈물 한번 안흘리던 분인데...”하면서 눈물을 닦아주는데,

그런 모습이 내게 감동을 주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무작정 휴대폰을 꺼내서

가슴 뭉클한 그 순간을 찍기 시작했다.


어느 날 예기치도 않았던 불행이 찾아왔을 때

가족이 없다면 그건 더 큰 불행이 된다.

가족이란 그런 거다.

불행을 이겨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존재가 가족이다.


난 오늘 완벽한 가족의 표상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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