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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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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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어려운"아무나 좋다"는 말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2.12.2020 05:34:11  |  조회수: 3764
그는 30대 중반의 직장인이다. 본인도 그렇고, 남들 보기에도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이라고 할만큼 무난한 사람이다. 어떤 여자와도 맞을 것 같고, 안 맞아도 맞춰줄 것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다. 처음 소개를 시작할 때는 그럴 줄 몰랐다.

“특별히 원하는 여성상이 있나요?”
“아주 별난 게 아니라면, 저는 다 좋습니다.”
“성격이건, 외모건, 취미생활이나 종교 같은 것은요?”
“저는 여자가 잘 우는 게 싫더라고요. 그것만 아니면 됩니다.”

사실 그가 이렇게 자기 생각을 말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연애를 몇 번 했는데, 번번히 안 좋게 끝났다고 했다.

“제가 아마 여자 보는 눈이 없나 봅니다. 그래서 전문가에게 맡겨보려고요.”

하지만 이것저것 까다롭게 요구하는 것도 힘들지만, 아무나 괜찮다는 경우도 힘들다. 그와 얘기를 나눌수록 어울리는 여성상이 분명해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모호해졌다. 일단은 소개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면 그 과정이나 결과에 따라 윤곽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서너살 나이차이가 나는 여성들과 다섯 번 정도 소개가 진행되었는데, 만남의 결과에 대한 그의 반응은 이랬다.

첫 번째 소개.

“여성이 교회에 너무 매달려요.”
“종교는 안 따진다고 하셨잖아요. 종교를 갖고 계시지도 않고요.”
“제 친구 하나는 와이프가 이상한 종교를 믿다가 전세금까지 빼서 갖다 바쳐 이혼했거든요.”

두 번째 소개.
첫 번째 여성의 경우를 고려해서 이번에는 종교가 없는 여성을 소개했다.

“정치성향이 너무 강하네요.”
“예?”
“국회의원 선거 얘기가 나왔는데, 저랑은 생각이 너무 다르더라고요. 하마터면 싸울뻔 했어요.”

이런 식으로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만난 여성에 대해서도 태클을 걸었다. 그의 만남은 다섯 번째 소개로 일단 멈췄다. 본질적인 대화가 필요했다. 그에게 던진 질문부터 고쳐야했다. “특별히 원하는 여성상이 있나요?”가 아니라 “여성에게서 특별히 기피하는 부분이 있나요?”로 말이다. 그렇게 하나씩 기피요인을 제외하면서 여성상의 밑그림을 그린 다음
정말로 원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과정으로 그의 맞선 플랜을 다시 짜고 있다.

세상에 같은 사람이 한명도 없듯 중매도 매번 다른 사람의 다른 스토리를 접하면서 다른 시각으로 그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래서 매번 다른 결론이 나온다. 남녀를 중매하는 일이 세상 무엇보다 더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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