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오랜만입니다.”
자녀 셋 중 한명을 나를 통해 결혼시킨 70대 아버지가 연락을 했다.
몇 마디 인사를 나눈 끝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혹시 제가 도울 일이라도….”
“말 꺼내기가 민망해서…. 우리 아들 결혼 좀 시켜주세요.”
“결혼 안 한 아드님이 또 있었나요?”
“또 있긴요. 재작년에 갔다가 왔어요, 돌싱.”
연로한 아버지가 ‘돌싱’이라는 말을 쓰는 세상이다. 그리고 부모가 자식 재혼도 시키는 세상이다. 그만큼 이혼, 재혼이 시대의 두드러진 현상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분은 세 자녀 중 둘이 이혼을 했다. 한 집 걸러 이혼이 있다는 말도 모자라 이렇게 한 집에서 둘이 이혼을 한 경우도 있다.
“이 대표가 결혼시킨 우리 막내는 지 언니, 오빠처럼 이혼은 안 해야 될텐데, 그게 부모 마음대로 되나요.”
아버지의 쓸쓸한 목소리가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30년 동안 우리나라 결혼문화의 격변을 온 몸으로 겪고 지켜봐 왔다.
이혼이 돌싱으로 바뀌는 과정은 20세기와 21세기를 대변하는 한가지 현상이다.
20세기에 이혼은 금단의 단어였다. 주변에 이혼이 많지 않았고, 이혼하면 뭔가 문제 있는 사람 취급을 당했고, 불이익도 받았다. 직장에서 이혼했다는 말이 나올까봐 특히 여성들이 더 두려워했다. 회원 상담은 20명이 오면 19명이 초혼, 1명 정도가 이혼상담이었다. 아마 2000년대 이후 결혼하고 이혼한 사람들은 실감이 안 날 것이다.
지금은 10명 중 3명이 이혼 상담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났을까? 지난 세대에게 결혼은 일종의 의무였다. 누구든 살아가는 과정에서 한번은 꼭 치르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지금 세대에게 결혼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을 만나야 행복한지를 배우지 못했다. 부모의 영향, 사회적 관습 등으로 배우자를 보는 시각은 20세기에 머물러 있는데, 그들의 결혼관은 자유연애다. 그런 부분이 충돌하면서 이혼이 많아지고 있고, 어느새 쉬쉬하던 이혼이 당당한 돌싱으로 바뀌고 있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요즘 세대가 만들어낸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