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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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공포증이 있는 그녀 마음이 달라진 건...내려놓았기 때문

글쓴이: sunwoo  |  등록일: 10.07.2019 05:56:02  |  조회수: 4520

“전 남자는 능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경제적으로 안정된 생활이 가능하다면,

그래도 제가 직장에 나가고, 안나가고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면,

열 살 차이가 나도 괜찮아요..”

상담을 하러 온 그녀의 이성상은 확실했다.

그동안 자기 나이 또래 남성을 안 만났던 것도 경제력이 없어서였다고 했다.

“열 살 차이면 남자 나이가 40대 초반인데, 그 나이대는 재혼도 많거든요..”

“아이만 없다면 재혼도 괜찮아요.. 저 내려놓을 건 다 내려놨어요.”

그래도 30대 초반의 여성 나이를 고려해서 능력과 재력이 있는 30대 남성을 찾아 소개했다.

“아무리 제가 남자 능력만 본다고 키가 그렇게 작은 사람을 소개하실 수가 있어요?”

칭찬은 아니더라도 이런 불평을 할 줄은 몰랐다.

“열 살 차이도 괜찮고, 재혼도 괜찮고, 다 내려놓으셨다고, 능력만 있으면 좋다고

그렇게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근데 남자 외모가 평균도 안되고, 키도 작으니까

너무 실망을 한 거죠..”

그녀는 내려놓을 건 내려놓았다고 했지만, 실은 다 따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내려놓아서 좋은 인연을 만난 경우도 있다.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정도의 미인이 있었다. 집안도 부유했다.

무슨 사연인지 본인은 한사코 결혼을 안한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애걸복걸해서 겨우 마음을 바꿔 맞선을 보기 시작했다.

여성이 워낙 미인이다 보니 남성들 호응이 좋았고,

그래서 그녀가 배우자 조건을 높이더라도 만남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떤 상대를 추천해도 그녀는 시큰둥했다. 처음엔 눈이 높다고 생각했다.

어렵게 만남이 이뤄져도 매번 남성의 애프터를 거절하는 일이 반복됐다.

“혹시 독신을 생각하시는 건가요?”

“.. 아녜요. 이젠 마음을 바꿨어요.”

“그럼..저희가 추천해드린 남성들 조건이 마음이 안드세요?”

“그건 정말 아녜요. 과분한 분들 소개해주신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매번 결과가 안좋아서요. 제가 알아야 할 부분이 있는지 해서요.”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잠시 고민하는 눈치였다.

“제가 사실 빛 좋은 개살구예요..”

그녀가 털어놓는 가정사는 외적인 조건과는 정반대로 매우 불우했다. 준재벌급 재력을 가진 아버지는 천하의 난봉꾼이었고, 결혼생활 내내 어머니를 폭행하고, 자식들을 홀대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날까봐 연애도 거의 하지 않았고, 결혼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했다.

“전..사실 조건 같은 거 상관 없어요. 그게 무슨 소용이예요?

우리 엄마는 부자 남편 만나 평생 불행했는데요. 남들한테 보여주는 인생을

살았어요.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난 그녀의 생각에 100%, 아니 1000% 공감했다. 그래서 더 고민이 컸다.

재력, 외모, 이런 조건이라면 거기에 맞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 하지만 그녀의 경우는 좋은 성품과 건강한 가치관을 가진 남성을 만나야 하는데, 사람의 마음을 확인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민이 거듭되던 중, 예전에 내가 인솔하는 단체미팅에 참가해서 등산을 같이 했던 한 남성이 떠올랐다. 그는 산행 내내 뒤처지는 사람들을 돌보고, 치맥 뒷풀이에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던 사람이었다.

50대에 사별하신 홀어머니를 모시는데, “자식이 부모 모시고 사는 게 왜 결혼의 걸림돌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자신과 생각이 같은 사람이 어딘가는 있을 거라고 말하던 그 모습을 떠올리자 그 때 느꼈던 흐뭇한 감정이 되살아났다.

근 1년 만에 남성에게 연락을 해보니 아직 사귀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제가 너무 아날로그적이라서 그런가 봐요. 센스도 없고, 멋도 없고..”

“그런 걸 다른 표현으로 진국이다, 라고 하죠.

진국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여성이 왜 없겠어요?”

이렇게 운을 떼며 그녀에 대해 얘기했다. 조건보다는 마음이 넓은 사람,

딱 그 남성을 그녀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여성에게 남성의 따뜻함과 올바름에 대해 얘기했고, 그녀는 만나보겠다고 했다.

그게 몇 달 전 일이다.

남녀관계는 불이 붙으면 급속도로 진행되는데, 그녀는 워낙 오랫동안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기 때문에 그 남성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스스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남성에게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기다려달라고 얘기했다.

나도 기다리는 중이다.

“물 좋고 경치 좋은 곳 찾다가 다 놓친다”고 하지만, 평생 배필 찾는 일인데,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 포기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려놓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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