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워 성공한 자녀 얘기를 하는 부모님은 참 행복해 보인다. 전문직, 소위 ‘사’자 자녀를 둔 부모님들도 많이 만난다.
‘사’자 신랑감 만나려면 열쇠 3개를 혼수로 가져간다는 시절이 있었다. 7~80년대에 성행하다가 90년대에 조금씩 수그러들더니 21세기에 들어와서는 거의 사라졌다. 그 때만 해도 여성은 대부분 결혼하면 전업주부로 살았기 때문에 남편의 직업이 중요했고, 그래서 재력이 있는 집안에서는 집, 자동차, 개인사무실을 마련해서 ‘사’가 사윗감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자녀수가 적어서 한명 한명을 공들여 키우고, 교육을 잘 시켜서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 ‘사’자 신랑감만큼 ‘사’자 신부감도 많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내 자식도 잘났는데, 비싼 혼수를 줘가면서 결혼을 시키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일반화됐다. 한 시대의 결혼문화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얼마 전 지인이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요즘도 이런 인간들이 있는지 몰랐네요.”
“무슨 일인데요?”
“딸이 사귀는 남자 부모와 상견례를 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혼수 목록을
읊더라고요. 열쇠 3개는 저리가라였어요.”
지인의 딸은 대학 전임강사로 전공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재원이다. 2살 많은 남자친구는 변호사인데, 그 어머니가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보니 아마 상견례 자리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당신 아들한테 그렇게 해주면 내 딸한테도 해줄 거냐고 물었죠.”
“남자 어머니가 놀랐겠네요?”
“입이 딱 벌어져서 말을 못하더라고요, 얼마나 통괘했는지...”
결국 남자 어머니는 본전도 못찾고 열쇠 3개 맞먹는 혼수 애기는 없던 일이 됐다고 한다. 세상이 변했는데도 아직도 옛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한 어머니는 의사 아들을 결혼정보회사에 가입시키면서 회비 얘기를 하니까 “잘난 아들을 돈 주고 모셔가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회비를 내라고 하냐?”며 도리어 화를 내기도 했다.
이런 부모보다는 자녀들이 좋아하는 상대라면 직업에 관계없이 지원하는 부모들이 더 많다.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자식이 결혼해서 살아가는 과정을 보며 단계적으로 지원을 하지 덜컥 열쇠 3개를 쥐어주지는 않는다.
자녀가 좋아할 수 있는 상대를 찾고, 결혼생활을 건강하게 할 수 있게 격려하는 것이 자녀 행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 시대 부모들은 잘 알고 있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