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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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열정이 아들을 움직였다.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4.11.2021 20:10:17  |  조회수: 2076

| 이웅진의 '싱글족에게 골든라이프는 없다'

매니저가 나한테 상담을 토스한 사례가 있다.


남성이 거주하는 지역은 오리건주로 한국계가 많지 않은 곳이다. 회원 가입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지만 아버지와의 오랜 통화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 어쩌다 보니 한국계가 적은 곳에 자리를 잡아 아들을 외롭게 만든 것 같다며 미안해하는 그 마음이 나를 가시밭길로 이끌었다.

아버지를 통해서 들은 가족의 이야기는 이렇다. 이 가정은 20년 전에 미국 이민을 온 전형적인 이민 1세대로 성실하게 일해서 오리건주에 자리를 잡았다. 두 아들 중 큰 아들은 한국 여성과 결혼해서 손주 셋을 낳았다.

“한국 사람이 적은 곳에서 아드님은 어떻게 결혼을 했나요?”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이 가족은 중급 규모의 스시 식당을 운영하는데, 어느 날 한국 손님들이 왔다고 한다. 손님 중에 큰 아들과 나이가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통해 한국에 사는 여성을 소개받았고, 여성이 미국에 선보러 와서 아들과 마음이 맞아 아예 살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 둘째 아들을 결혼시켜야 하는데, 주변에 한국 여성이 거의 없다. 그리고 가족 비즈니스를 하다 보니 활동 공간이 제한돼 있어 사회생활이나 다른 인맥으로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다. 그래서 결혼정보회사도 몇군데 이용해봤고, 신문에 결혼광고까지 냈다고 하니 할 수 있는 방법은 다 해본 것이다.

아버지와 몇차례 통화를 했고, 내가 오리건에 가기로 했다. 당시 나는 미국 센터를 돌며 나를 원하는 고객들을 만나는 중이었다. 공항에 마중 나온 남성의 아버지를 따라 식당으로 바로 갔다



둘째 아들은 86년생인데, 요리사 복장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유도를 해서인지 덩치가 좋고 키도 크다. 식당이 9시 반에 끝난다고 해서 일단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기다렸다가 일을 마친 아들을 다시 만났다.

아버지는 아들이 결혼에 소극적이고, 회의적이라고 했는데, 직접 만나보니 적극적이고, 눈빛이 빛났다. 만남의 기회가 적으니까 기대를 안하고, 표현을 안했을 뿐이었고, 아버지가 판을 만들어주니 본인이 먼저 움직였다.

아버지 말로는 결혼해서 음식점 개업도 가능하며, 여성이 미국으로 맞선을 보러 오면 체류비용을 다 부담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남이 잘될 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상 모든 남녀는 짝이 있다. 99.9%의 여성들이 아들을 원치 않을 수도 있지만, 어딘가에 이 남성을 좋아하는 0.01%, 1000명 중 단 1명은 있을 거라는 말이다.

아들에게 함께 노력해서 찾아보자고 말했다. 화이팅 하면서 상담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 아버지 왈 “다른 회사들한테 너무 실망했다. 돈만 많이 쓰게 했다”면서 성공하면 사례비를 많이 줄테니 공짜로 진행을 해달라는 것이다.

사실 이 남성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몇배 더 어렵기 때문에 회비를 더 받아도 할까 말까인데, 사례비를 조건으로 회비를 안내겠다고 하니 먼 거리를 찾아간 나로서는 기가 막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결혼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눈빛에 서린 그 간절함을 봤기 때문에 도저히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1만5000명 여성에게 아들을 설명하는 메일을 보냈다. 답이 온 것은 3명에 불과했다. 내 예상대로였다. 0.01%도 아닌 0.0002%의 확률이지만, 여기에서 희망을 찾고, 가능성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누가 소개해도 잘 되는 만남이 아니라 내가 아니면 안되는 만남을 주선하면서 천생 중매쟁이임을 스스로 깨닫는다.

|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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