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은 63년생으로 서울 요지에서 내과병원을 크게 운영하는 의사였다.
외모를 어느 정도 보기는 했지만, 똑똑하고 능력이 있는 여성을 원했다.
이 분에게는 서울권 대학의 교수인 68년생 여성이 어울릴 것 같았다. 여성 역시 인상 좋은 전문직을 선호했다. 양쪽 다 성장한 자녀가 있었다.
남성은 전문직에 재력도 충분히 갖춘 분이었는데, 여성은 학력이나 직업은 좋으나 인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성격이 굉장히 애교 있고 밝았다.
여성은 남성의 외모는 별로지만 프로필이 좋아서 만나보겠다고 했고, 남성은 여성의 외모보다는 자녀가 있는 부분으로 만남을 거절했다.
결혼의 행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서로 위로하고 위안을 받아야 하는데, 남녀 전문직이 만나면 둘 다 치열하게 일하기 때문에 내가 힘든 게 먼저가 된다. 둘 다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이면 관계의 긴장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여성의 밝고 싹싹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남성이 워낙 왕성하게 활동하며 바쁘게 살기 때문에 여성이 그런 부분을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남성을 설득했고, 내가 중간에서 시간과 장소까지 조율해서 어렵게 첫 번째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만남 당일에 여성이 무거운 목소리로 연락을 했다. 약속 3시간 전에 남성이 문자로 급한 일이 있다면서 약속을 취소했다는 것이다.
약속에 임박해서, 그것도 전화도 아닌 문자로 통보를 받았으니 불쾌한 건 당연했다. 그날 여성은 컴플레인을 심하게 하면서 기분이 상해 만남을 안하겠다고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약속을 다시 정해보겠다고 했으나 “남성이 만날 마음이 없는 거 아니냐”며 매니저에게도 서운하다고 했다.
나도 생각이 많아졌다. 처음에 여성이 마음에 안든다고 했을 때 그냥 넘어갈 걸 그랬나, 싶다가도 남성이 그렇게 예의 없는 사람은 아닌데 싶기도 했다.
남성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서 연락을 해보니 병원에 진짜 급한 일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그렇더라도 그날 여성이 신경 써서 준비하고 약속 장소 근처에 미리 나와 있었는데, 갑자기 취소를 했으니 큰 실례를 한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남성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사과하고 다시 약속을 잡아보라고 권했다.
남성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내 말에 수긍을 하고 여성과 연락을 해서 다시 약속을 잡았고, 그렇게 힘들게 첫번째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