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흥미로운 결혼 문화를 하나 소개하려고 한다. 과거 우리 부모님 세대에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고, 우리 세대는 긴가민가하고 자녀 세대는 아마 석기 시대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국의 전통 문화 중에 ‘결혼 서열’이라는 게 있었다. 형이 동생보다 먼저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태어난 순서대로 결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세대는 이해가 안가는 일일 것이다.
그런 인식은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 주변에는 이 결혼서열로 인해 결혼시기를 놓치고 후회하는 남녀들이 의외로 많다.
70년대 중반생인 한 남성은 누구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최고의 엘리트였는데, 아직 싱글이다. 오래 전에 결혼 기회가 있었는데, 완고한 어머니는 “누나가 결혼한 다음에 해야 한다”고 했고, 효자인 아들은 어머니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누나가 결혼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시간이 몇 년 지났던 모양이다. 기다림에 지친 상대 여성은 결국 떠났다. 그리고도 한참 뒤 누나가 결혼을 했는데, 이 남성이 결혼하려고 보니 상대가 없었다.
배우자 만남에는 타이밍이란 게 있다. 일부 남녀들의 경우 한번 그 타이밍을 놓치면 상당한 공백기가 뒤따른다. 5년, 10년, 혹은 15년, 그 이상이 되기도 하고, 그러다가 결혼을 포기하게 된다.
어쩐 일인지 그 좋은 외모와 조건을 가지고도 번번이 결혼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그럴 때마다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졌다.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자기 때문에 아들이 결혼을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있을 것이고, 아들 또한 ‘그 때 결혼할 걸’하는 후회와 어머니에 대한 원망이 있을 것이다.
결혼서열은 몇백년 동안 이어져왔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 있다. 요즘 결혼연령이 점점 늦어지는 상황에서 자녀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부모에게 그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 위로 결혼 안한 자녀가 있다면 부모는 또 그것이 마음에 걸릴 것이다. 형제끼리도 동생 결혼을 축하해주면서도 마음이 무겁고, 동생도 마냥 축하를 받기도 어색하고, 이런 미묘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 한국 가정의 단면이다.
자녀를 셋, 넷 둔 세대는 이런 일이 많았지만, 지금은 자녀를 1명이나 2명 정도 낳고 있어 장남, 장녀라는 말도 희귀해지고 있다. 대부분 외아들, 아니면 외동딸이니 결혼서열이란 게 없다. 누나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는 동생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도 한국적인 정서가 있으니 이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타의에 의해 결혼이 좌절되면 그 상실감은 오래 간다. 또 형이나 동생 모두 껄끄러운 감정이 생긴다.
태어나는 건 순서가 있었지만, 여러 변수들로 인해 동생이 형, 누나보다 먼저 대학에 들어가고, 취업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기도 한다. 더러 먼저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이게 인생 아닌가.
부모는 자녀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축복해주고, 지켜봐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