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초반의 그녀는 두달 전 한 남성을 소개받았다. 훈남 스타일에 직장도 좋고, 성격도 호탕해서 마음에 들었다.
그 남성도 호감이 있어선지 처음 열흘 정도는 적극적이면서도 다정했다. 그래서 그녀는 그와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그런데...좀 가까워진다 싶었던 그 남성은 점점 전화 횟수가 줄더니 하루에 1번, 그러다가 이틀에 1번이 되었고, 텍스트 메시지에 답장이 늦어지더니 아예 안하기도 했다.
한번은 그녀가 배탈이 나서 밤새 아팠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아프다는데도 저 같으면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할 것 같은데,
괜찮냐고 문자 한번 달랑 보내고 말더라고요.”
너무 서운해서 그 얘기를 했더니 남성은 이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문자로 상태가 좋아진다는 거 확인했으면 되는 거 아니냐,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 뿐이 아니었다. 1주일에 한번 정도 하는 데이트도 기다리는 설레임도 없어 보이고, 성의도 없고, 그냥 시간 때우려는 것 같아 보였다. 점점 실망하던 그녀는 마침내 헤어질 각오를 하고, 그 남자에게 따졌다고 한다.
“그 사람은 내가 자기와 만나서 제 생활이 많이 바뀌지 않게 해주고 싶었대요.
제가 하고 싶은 거 하고, 결혼을 하더라도 제 생활과 생각을 최대한 존중해주고,
자기도 그렇게 살고 싶었고요.”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건 그런 자유로움보다는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고, 그 남자는 그런 것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그는 배려라고 말하지만, 그녀는 방임, 내지는 무관심으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남자도 할 말은 있다.
“몇번 연애를 하면서 여자들이 챙겨준다고 이것저것 참견하는 게
귀찮을 때가 있더라고요.
좀 내버려두면 좋겠는데, 자꾸 끼어드는 것 같아서 짜증도 나고요.
확인하고, 또 확인받고 싶어하는 여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제 경우는 그래서 더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는 그녀에게 좋은 감정이 있었고, 잘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그녀가 귀찮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조금 천천히 다가가려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헤어지고 나니 그녀 생각과 감정을 물어보지 않았던 게 아쉽다고 했다.
서로 챙겨주는 것을 원하는 여자와 독립적이고, 자유롭고 싶은 남자, 또 관심을 원하는 여자와 그런 게 귀찮은 남자. 관계에 대해 반대의 성향을 가진 남녀가 만났던 것이다.
그 남성에게 한마디 하자면, 배려는 그 사람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지, 그 사람 좋으라고 내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