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시작한 지 32년째다. 결혼, 교제커플이 49000명이다. 미주 지역에서는 20년간 한국 교포들이 5천명 이상 가입했고, 1200쌍 넘게 결혼하거나 교제하고 있다.
긴 세월 동안 많은 싱글과 부모님을 만났다. ‘큰 바위 얼굴’처럼 묵묵히 그들을 지켜보면서 부모 세대의 걱정에 공감하고, 자녀 세대의 고민과 현실을 이해하게 됐다.
급변하는 사회 변화 속에 결혼인식도 변하고 있고, 특히 세대 간 격차가 크다. 부모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지나면 노처녀, 노총각 소리 듣던 경험이 있고, 때 되면 결혼하는 게 일반적이었던 시대를 살았다.
불과 한 세대 만에 결혼관은 크게 달라졌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싱글들이 연애를 적게 하고, 결혼을 늦게 한다. 외로우니까 데이팅앱을 통해 가벼운 만남은 갖되, 심각해지는 건 원치 않는다. 결혼을 인생의 중요한 선택으로 여기지 않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로 부모들이 자녀 대신 회원가입도 한다. 한국의 부모님이 미국 등 해외에 있는 자녀 결혼상담을 하기도 한다. 미국의 한국계 가정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한국계 자녀들은 부모님에게 순응하는 편이다. 이민 가정이 현지에서 자리 잡으려면 가족이 똘똘 뭉쳐야 한다. 그래선지 한인 가정의 자녀들은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가족간 유대가 끈끈하다. 한국에서는 사라지고 있는 정서가 오히려 미국에는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효자효녀들조차 결혼만큼은 부모와 뜻이 달라 고민이다. 무조건 순종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애타는 부모 마음과는 달리 자녀들은 결혼이 늦었다고 초조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더러는 혼자 살 생각도 한다.
미국 주류사회에서 성공한 아들이 40대가 되도록 결혼을 안하고 있자 부모는 아들의 회원가입을 했다. 그리고 70대 아버지는 직접 한국에 나오기도 했다. 나는 여성과 함께 미국을 두 차례 방문해 그 아들을 소개시켰다.
그러나 아들에게 결혼은 우선 순위가 아니었고, 그래서 두 번의 만남은 별 성과 없이 끝났다. 부모의 뜻을 거스를 수 없어 소개를 받은 것 같았다.
미국의 많은 인종 중에 한국계 부모가 특히 자녀 결혼에 관심이 많고, 일종의 책임감도 갖고 있다. 자녀 결혼 잘 시키는 것이 인생의 마지막 과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자기가 알아서 하고 싶어하는 자녀와 대립하기도 한다.
그런 부모와 자녀의 중간에서 중재하고, 설득하고 조정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고, 시대적 소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