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약속이 있어서 커피숍을 갔다. 상대를 기다리면서 옆 테이블에서 두 여성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메뉴는 남편이었다.
“땀 흘리면서 열심히 걸레질하는데 남편은 다리만 요리조리 옮겨”
“컴퓨터 게임 하느라 찌개가 다 식어서 두번 끓이게 하는 것보다 나아”
들으면 너무나 얄미운 남편들이다. 그리고 매우 미련한 남편들이기도 하다.
아내 대신 걸레질만 해주었어도, 아니 살짝만 도와주었어도, 또 아내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고맙게만 받았어도
하지만 남편들도 이런 말을 한다.
“출근하려고 보니 신발이 전날 벗어놓은 대로 아무렇게나 있다”
“야근하고 늦게 들어갔는데, 기다려주지 않는다”
두 남녀가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고, 부부로 사는 동안 주름살이 늘어나는 외모 뿐 아니라
사랑의 방식, 사랑에 대한 기대치도 변해간다.
처음에는 뜨거운 사랑을 갈구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더 이상 뜨거운 사랑을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왜 날사랑하지 않느냐는 말보다는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소소한 것들로 섭섭해한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헤아려 들어주는 것이다.
설거지를 끝낸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말 한마디 하는 것,
남편 양복을 정성스레 다듬어 출근준비를 돕는 것, 이런 소소한 것들이 사랑이다.
내일 먹을 냉채소스를 미리 만드는 아내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니 “소스는 하루 정도 지나야 맛이 익는다”고 한다.
처음에는 재료 맛이 각각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맛이 합쳐진다는 것이다.
부부도 그렇다. 처음에는 네것과 내것.
이렇게 팽팽하다가 서서히 합쳐지고 함께 간다.
그렇게 사랑이 익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