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웅진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 현) 웨딩TV 대표이사
  • 전) 우송 정보 대학 웨딩이벤트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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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신랑과 남자 신부

글쓴이: sunwoo  |  등록일: 03.12.2023 19:17:30  |  조회수: 1993

84년생 여성 A씨는 잘 나가는 패션 사업가다. 월소득이 5000만원이 넘는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고, 인상은 평범하나 세련미가 넘친다.

요즘 갖출 거 다 갖춘 이런 여성은 많은 경우 싱글이다.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결혼해서 손해 보는 쪽은 여전히 여성이다

인생의 정점에 있는 여성이 결혼 결정을 하기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A씨는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커플닷넷 고객이 됐다. 이 정도 여성이면 대개는 비슷하게 성공한 남성을 소개한다. 처음에는 그렇게 소개했다.

첫 번째 소개남은 동갑의 의사였다. 집안도 좋고 성격과 인상도 무난했다. 그런데 만남 결과는 별로였다. 남성이 병원을 확장하려고 하는데, 여성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바라는 눈치였다는 것이다. 여성은 동대문 시장을 시작으로 현장에서 고생하면서 단계를 밟아 성공한 사람이다. 남성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안만나겠다고 했다.

두 번째는 2살 연상의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번 만남도 거절이었다.

첫 만남부터 양해도 없이 약속에 늦게 나오고, 자리를 뜰 때 먼저 일어나서 나가버리고, 매너가 안 좋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5살 연상의 성공한 사업가를 소개했다. 자녀가 없고 신혼 이혼이어서 재혼이라는 선입견 없이 만나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여성은 “재혼을 만날 정도로 아쉽지 않다”고 거절했다.

여성에게는 결혼에 대한 의지나 절실함이 없었다. 이렇게 1년이 흘렀다. 그녀는 일등 신랑감만 만났다

그런데 결과는 안좋았다. 앞으로 그런 남성들을 계속 만난다고 해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기에 A씨는 강단있고, 결단력 있는, 다소 강한 성격이었다. 그리고 큰 사업을 하려면 가정에 충실하기가 힘들었다.

A씨에게 물었다.

“본인을 개런티해줄 수 있는 분을 만나면 좋을 것 같은데...어떠세요?”

“개런티한다는 게 뭔가요?”

“회원님 사업을 서포트하는 거죠. 살림하실 시간이 없으니까 그 부분을 맡아서 한다거나..”

“백수를 만나라고요? 남자 벌어먹일 거면 굳이 결혼을 왜 해요?”

가정이 안정되면 사업에 전념할 수가 있다. 그러나 결혼하면 여성이 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담이 생긴다.

자신과 비슷하게 성공한 남성을 만나면 분명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그게 싫어서 결혼을 안하느니 본인이 신경 안쓰고 일할 수 있게 해주는 남성을 만나는 것이 최선이다.

꼭 남자가 여자보다 많이 벌어야 하고, 더 성공해야 하는 법 있느냐.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면 좋은 분들이 많다. 남자신부를 추천한 것이다.

건강하고 성격 좋고, 일을 하는데, 좀 평범하고, 여성의 활동을 지원해줄 수 있는 남성을 찾아봤다.

직장인, 프리랜서를 몇 명 소개했다. 교제상대는 한 살 연하의 웹 디자이너로 연봉 4000만원, 재택근무를 한다고 했다.

A씨는 결혼결심을 굳혔는데 어머니가 서운해 했다.

"어머니, 따님이 결혼해서 사업 접을 것도 아닌데 잘난 사위 만나 안팎으로 뛰면서 힘들게 사는 거 원하세요? 의사, 판사 사위 보면 뭐가 좋은데요?

잘난 남자들, 와이프 타이틀 내세우기만 했지 자기 일도 바쁜데 어떻게 이해하고 도와주겠어요. 따님이 자기 뜻 훨훨 펼치면서 살게 허락해 주세요.”

그렇게 두 사람은 결혼했다. 여성이 집을 마련했다. 남성이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몇천만원은 양가 어머니께 감사의 뜻으로 드렸다고 한다.


그게 5년 전 일이다.

남성은 프리랜서라서 살림과 병행해서 일할 수 있었다. 아내가 임신으로 거동이 불편해지자, 남편은 아내 회사를 드나들면서 업무 보조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자, 아예 일을 쉬면서 육아를 맡았다.

사업이 더 잘되자 A씨는 남편에게 보너스를 두둑하게 줬다. 승용차를 바꿔주고 좁은 아파트에서 생활하던 시부모님을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으로 모셨다. 여자 신랑, 남자 신부로 참 잘 만난 두 사람이다.

남자신부는 외국의 트로피 남편과 같은 개념이다.

성공한 여성들에게는 육아와 가사를 돕는 남편들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내의 사회적 성취를 도운 남편들이니 트로피를 받을 만하다.

한편으로 남편을 성공시킨 아내는 당연한 거고, 남편이 아내를 성공시키면 트로피를 받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에도 성역할에 얽매이지 않는 트로피 남편이 많아지면 좋겠다.

결혼정보회사 선우 대표

이웅진(ceo@coup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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