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새해가 다시 우리곁에 찾아 왔습니다. 매년 끝자락에 와서 새해를 맞으려 하면 왠지 모를 아쉬움과 후회가 마음 한편에 자리잡고 있습니다.돌아보면 별다른 의미도 없이 발버둥 치다가 또 한해를 보낸것 같다는 자책감과 찜찜함 아쉬움등으로 내자신에게인색한 점수를 주고는 했었습니다.
어느 늦은 가을 저녁 어느 분이 갸날픈 목소리로전화를 하셨습니다. “제가 오늘 꼭 클라라씨를 만나서 보험에 대해 상의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직업병이랄까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대충 상대방의 그림이 그려지곤합니다. 약속 시간를 정하고 빠둣하게 도착하여 그 장소에 들어서니 먼발치에서 보이는 어떤 분이 그분일거라는 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다소곳해 보이는 백발의 여인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이미 전화 통화로 그려보던 그 그림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늦은 저녁 짧았던 그녀와의 만남은 내게 긴 여운을 남겨주었다. “전 심장 수술을 몇번해서 스텐트를 넣었구요..제심장 전문의가 HMO를 받지 않는다고 해서 돈을 좀 내더라도 PPO 로 바꿀까 해서요.” “심장수술을 몇번이나 하셨다구요?” “네 그래요... 살기위해 발버둥칩니다.” 힘없이 피익 웃으며 얘기를 계속했다. “저의 남편은 몇해 전에 돌아가셨구 전 자식도 없이 혼자 살고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젊은 사람들을 보면 그렇게 예쁠 수 가 없어요. “패스트 푸드 를 시켜 놓고 내게 자꾸 먹으라고 권하신다. 가져 오신 서류를 훑어 보고 있는중에 내입에다 치킨 맥너겟을 소스에 찍어 집어넣어주신다. 그리곤 음료수 하나라도 더 주려고 애쓰신다. 아 이건 얼마만인가. 누군가 내게 자꾸만 먹을 것을 조달해 주는 삶의 아군 을 만난것이. 옛날 엄마의 모습이 오벌랩 되어 갔습니다. 돌아가시기 며칠전까지도 내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싶어하셨었지. 그래 살아있어서 누군가에게 작은 감동을 전해 줄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삶에 의미 가 있지 않을까요? 아니 살기위해 발버둥치며 삶을 완주 하려 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순간 이토록 병마와 홀로 싸우는 가냘픈 여인이 왜 그리도 강해 보이는 것일까요? 하루 하루 사는것이 감사하다는 그녀를 만나고 나니 그녀가 참 아름다워보였습니다.
우리도 이왕이면 힘차게 시작해 봅시다. 하루 하루를 감사해 하며….
문득 나태주 님의 새해 인사가 떠올려집니다.
- 새해인사 / 나태주 –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 예순 다섯 개나공짜로 받았지 뭡니까그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를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 예순 다섯개의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선물 받을 차례입니다그위에 얼마나 더 좋은 것들을 덤으로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황송할 뿐입니다 다만 두 손 가지런히 맞잡고절을 드릴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