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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서서히 시작된 '빠른 변화구'와의 승부

등록일: 04.07.2016 10:43:37  |  조회수: 709

(볼티모어<미국 메릴랜드주>=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한국의 '거포'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투수 간의 승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박병호는 6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벌어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방문 경기에서 볼넷 1개를 골라 두 경기 연속 출루에 성공했다.

그러나 상대 투수의 변화구에 3연타석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정규리그 개막전이던 4일 볼티모어와의 첫 경기에서 빅리그 통산 첫 안타를 치고 하루 휴식 후 이날 2차전에 나선 박병호는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며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힘으로 정면 승부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간 박병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볼티모어 우완 선발 투수 요바니 가야르도와 제대로 맞붙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102승(75패)을 거둔 가야르도는 빠른 볼보다 다양한 변화구로 맞혀 잡는 유형의 투수다.

박병호는 4회 볼 카운트 0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가야르도의 높은 슬라이더를 거푸 파울로 걷어내며 만만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10구까지 가는 대결 끝에 박병호는 높은 슬라이더에 타이밍을 빼앗겨 삼진으로 돌아섰다.

6회엔 첫 경기에서 초구에 몸에 맞은 공을 던진 사이드암 투수 마이클 기번스와 다시 만났다.

박병호는 이번에도 볼 카운트 0볼 2스트라이크에서 기번스의 빠른 볼과 슬라이더를 거푸 파울로 쳐냈지만, 결국엔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다시 헛스윙하고 말았다.

그는 8회 또 다른 사이드암 투수 대런 오데이의 바깥쪽 슬라이더 3개에 내리 헛스윙으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다.

박병호는 1차전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관통하는 바깥쪽 슬라이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삼진 당한 것을 합쳐 두 경기에서 삼진 4개를 기록했다.

오데이에게 허무하게 물러난 타석을 뺀다면 박병호의 타격 컨디션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방망이 중심에서 약간씩 어긋난 파울이 많았다.

상대 투수의 구속이 빠르지도, 변화구의 각이 예리하지도 않아서 아예 공략 못 할 공도 아니었다.

다만, 메이저리그 무대를 막 밟은 한국 타자라면 누구나 겪는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변화구에 아직 감각을 못 찾은 것으로 보인다.

처음 접하는 생소한 투수들이라 볼 배합을 알지 못하는 것도 이날 침묵한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해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가 한국프로야구 KBO리그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했을 때 빅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보다는 빠른 변화구 적응력이 화두에 올랐다.

시속 150㎞ 이상의 공을 대수롭지 않게 칠 정도로 우리 타자들의 빠른 볼 적응력은 일정 궤도에 올라왔으나 국내에서 빠른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을 많이 접하지 못해 이 점에선 취약점이 많다.

작년 시즌 초반 벤치에 머물던 강정호는 붙박이 주전을 꿰찬 뒤 실전에서 다양한 투수의 공을 체험하면서 변화구 등 유인구 적응력을 키웠고 빅리그 관계자들을 놀라게 할 만큼 뛰어난 장타력을 뽐냈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3방을 터뜨리며 미네소타 타선의 한 축을 담당한 박병호는 정규리그에서 지속적인 출장을 보장받았기에 강정호보다 더 나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 선배인 강정호가 박병호에게 한 조언은 "직접 부딪히면 알 것"이라는 딱 한마디다.

이제 막 대장정을 시작한 박병호에게 3연타석 삼진은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병호[AFP=연합뉴스 자료 사진]

 

cany9900@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04/07 11:22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