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의 투구 [로이터=연합뉴스]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시즌 첫 등판 부진으로 인한 우려를 단번에 씻어냈다.
비결은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집요하게 공략한 제구력, 그리고 타자의 허점을 찌르는 다양한 변화구 구사였다.
류현진은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인터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1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볼넷 5개를 남발하며 3⅔이닝 5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던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도 1회초 1사 후 맷 채프먼에게 볼넷을 내줘 힘들게 출발했다.
그러나 이 장면이 류현진의 이날 경기 처음이자 마지막 위기였다.
류현진은 제드 라우리와 크리스 데이비스를 연달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라우리는 몸쪽 낮은 컷 패스트볼(이하 커터)에, 데이비스는 몸쪽 높은 커터에 배트조차 내지 못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완벽한 커터 제구 덕분에 류현진은 경기 초반 기선을 제압했다.
21세기 메이저리그를 주름잡는 구종 가운데 하나인 커터는 슬라이더보다 덜 꺾이면서 속도가 빠른 공이다.
류현진과 같은 왼손 투수가 던지면, 우타자 몸쪽으로 파고든다.
지난 시즌 중 사이영상 수상자 댈러스 카이클(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투구를 참조해 커터를 장착한 류현진은 이날 슬라이더 대신 커터로 오클랜드 타자를 요리했다.
류현진 하면 떠오르는 공은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왼손 투수가 던지면 우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간다.
체인지업을 머리에 넣고 타석에 등장한 오클랜드 타자들은 류현진의 예리한 커터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3회초 마르커스 세미언, 4회초 데이비스, 6회초 다시 세미언은 류현진의 커터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배트에 간신히 맞힌다고 해도, 좀처럼 내야를 통과하기 힘들었다. 이날 류현진은 8개의 탈삼진 가운데 5개를 커터로 뽑았다.
커터가 위력을 보이자, 다른 공도 살아났다.
류현진은 경기 초반에는 커브, 중반 이후에는 체인지업을 '두 번째 결정구'로 활용했다.
올해 류현진은 커브의 회전수를 늘려 움직임을 더했다. 2회초 맷 올슨을 상대로 수확한 루킹 삼진은 그 위력을 실감할 기회였다.
류현진은 빠른 템포로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를 번갈아가며 던져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었다.
경기 중반 오클랜드 타자들이 커터 공략에 초점을 맞춰 커트하기 시작하자, 류현진은 아예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체인지업으로 범타를 유도했다.
이날 류현진의 투구 수 90개 가운데 스트라이크는 60개, 볼 30개로 비율도 완벽에 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