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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물의, 우즈와 강정호의 차이

등록일: 05.31.2017 13:09:31  |  조회수: 261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지난달 18일 오후 항소심 선고공판을 마친 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42살 우즈, 끝없는 추락.. 강정호는 이제 서른살
내년 시즌이 끝나면 대형 FA 계약도 가능

레지 잭슨은 '미스터 옥토버(october)'라고 불린다. 10월에 열리는 월드시리즈서만 통산 10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1977년엔 LA 다저스를 상대로 한 경기서 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미스터 옥토버'의 어린 시절 우상은 복서 무하마드 알리였다.

레지 잭슨은 "그땐 검은 피부색이 부끄러웠다. 내가 흑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게 느끼게 해준 사람은 무하마드 알리였다"고 고백했다. 알리는 열여덟살의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냈고, 스물두살엔 소니 리스턴을 누이고 헤비급 챔피언이 됐다.

21세기 흑인 청소년의 우상은 누굴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타이거 우즈였을 것이다. 우즈는 흑인 최초로 마스터스 챔피언이 됐다. 14번이나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했고, PGA 통산 79승을 올렸다.

미국 특파원 시절인 지난 2002년 타이거 우즈를 가까이서 본 적 있었다. 저만치 걸어오는데 흑표범 한 마리가 다가오는 듯했다. 완벽한 체형에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대단했다. 스포츠 전문지 기자여서 연예인과 운동선수를 숱하게 보았지만 그만한 아우라는 처음이었다.

산이 깊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타이거 우즈는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급전직하했다. 결정타는 2009년 11월 심야 교통사고였다. 타이거 우즈는 숱한 여성들과의 스캔들로 발가벗겨졌고 이혼했다. 이후 그는 허리 부상까지 겹쳐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며칠 전 타이거 우즈는 음주운전 혐의로 체포됐다. 플로리다 주 경찰에 따르면 미국 애국가 거꾸로 외우기, 한쪽 다리 들기 등 테스트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경찰서에 잡혀가 반쯤 눈이 감긴 우스꽝스런 모습의 머그샷(범인 식별을 위한 얼굴사진)을 찍어야 했다.

타이거 우즈의 현재 세계랭킹은 876위다. 사실상 무의미한 순위다. 한때 13년간이나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킨 우리들의 영웅은 일그러졌다. 재미동포 골퍼 엘리슨 리는 "타이거, 대체 왜?"라며 그의 추락을 안타까워했다.

강정호(30·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지난해 말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돼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피츠버그 구단은 그를 방출할 태세다. 미국 취업비자 발급이 어려워졌으니 메이저리그 복귀는 백년하청이다.

타이거 우즈는 마흔두살이다. 포보스지에 따르면 대략 9000억원의 재산가다. ESPN의 랜 오코너 기자는 "더 이상 잃을 게 없다(lost in every literal and figurative way)"는 말로 타이거 우즈의 현 상황을 비유했다. 다시 말해 갈 때까지 갔다는 얘기다.

강정호는 다르다. 이제 서른살이다. 모아 놓은 돈도 타이거 우즈와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내년 시즌을 끝내면 대형 FA 계약을 할 수 있다. 1000억원대의 다년 계약도 가능하다. 그래서 더더욱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