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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고백 그리고 김현수의 2016년 마음가짐

글쓴이: 노고지리  |  등록일: 10.04.2016 10:25:26  |  조회수: 1055

"올 시즌 인내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 팀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
트럼보의 조언과 김현수의 깨달음 "빅리그는 변화구에 속더라도 속구를 먼저 이겨내야 하는 곳"
"올 시즌 점수, 60점 주고 싶다."
"기회는 누가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잡는 것"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에게 자신의 아내 전화번호를 건네준 이유

2016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뉴욕 양키스와의 마지막 원정 시리즈를 앞둔 10월 1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오리올스 클럽하우스. 
 
김현수가 출근하자 짖궃게 눈을 흘기며 장난을 걸기 시작했다. 마차도 옆에 앉아 있던 아담 존스도 이에 질세라 "현~수", "현~수"하고 노랠 부르면서 김현수 앞을 지나갔다. 
 
시즌 초반 마차도 앞 타순에 자주 배치됐던 김현수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한국에선 줄곧 중심타자로 활약했잖아요. 마차도 앞 타순에서 치면 심리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나요?" 
 
그러자 김현수가 쿨하게 답했다. "제 앞(타순에)에 아담 존스도 있는데요. 뭘." 
 
김현수의 대답 속에서 기자는 쟁쟁한 팀의 간판 스타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김현수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재미난 건 요즘 김현수를 가장 많이 챙기는 동료들이 바로 마차도와 존스라는 것이다. 김현수 일이라면 앞장 서서 대변해 주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 김현수로선 이보다 든든한 지원군도 없을 터. 이뿐이 아니다. 김현수와 가장 친한 사이이자 가장 많은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선수가 있으니 그가 바로 리그 홈런왕 마크 트럼보다. 
 
이렇듯 팀 동료들이 김현수 주변으로 몰리는 이유는 간명하다. 지난 6개월 동안 김현수가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언론과 야구계가 김현수의 빅리그 데뷔 시즌을 '성공'이라 평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김현수의 시즌 최종 성적은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이다.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제한적이던 기용 상황을 고려할 때 김현수의 성적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한 시즌을 보낸 김현수는 "모든 사람이 날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힘들었던 시절을 회상하며 지금은 주눅 대신 미소를 짓고 있는 김현수. 그만큼 한 시즌을 잘 치렀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개인 성적만큼이나 팀 성적도 만족스러웠다. 김현수는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서 팀의 와일드카드 진출이 결정되자 기분 좋게 샴페인을 터트렸다. 코리안 메이저리거 가운데 한 시즌을 온전히 치르고 가을 야구까지 경험하게 된 건 김현수가 유일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둔 김현수를 만나 그와 함께 한 시즌을 정리해봤다.

"한때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료들이 큰 힘이 됐다."

벌써 메이저리그 한 시즌이 끝났다. 다른 선수들보다 더 감회가 남다를지 싶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갔구나'하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재밌던 시즌이었다. 좋은 일도 있었고, 안좋은 일도 있었지만 다 떠나서 재미있게 야구했다. 팀 성적도 좋아 정말 기분 좋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즌이다. ‘메이저리그에 잘 왔다’는 생각이 드나.
 
좋은 경험들을 했다. 많은 걸 배웠다. '이런 야구 문화도 있다'는 걸 느꼈다. 
 
지난해 두산 더그아웃에서 기자와 FA 관련 이야기를 나눴던 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당시 FA 자격으로 소속팀을 바꾼 선수들을 보면서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건 쉽지 않은 일 같다"는 이야기를 기자에게 들려줬었다. 그랬던 김현수가 다른 팀도 아니고, 아예 다른 리그로 무대를 옮겼다. 적응이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그랬다. 여긴 말도 안 통하는 곳이다. 그나마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해 외로움을 덜 탔던 거 같다. 우리나라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웃음). 
 
'빅리그 데뷔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다'는 평이 많다. 메이저리그에서 ‘3할 타자’가 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잘 했다고 할 수 있지만, 드러나는 성적이 그런 것일 뿐이다. 다른 쪽으로 팀에 더 보탬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플래툰 시스템'을 이겨낸 걸 (스스로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플래툰 시스템) 덕분에 쉬는 날도 있었고, 그래서 더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올 한해 내 자신이 인내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런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 
 
메이저리그 도전, 출발부터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김현수의 긴 야구 인생에서 올 시즌은 먼훗날 '야구뿐만 아니라 인생을 배울 수 있던 시절'로 기억될 거 같다.
 
배운 게 정말 많다. 어떤 때는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빨리 (메이저리그에서) 창피 그만 당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서도 날 지지해준 분들께 정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팀 동료들이 큰 힘이 돼줬다. 그런 것들이 고맙고, 기억에 남는다. 야구를 못하니까 '역시 잘 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더라(웃음).
 
모두가 날 싫어한다는 느낌이라, 많이 괴롭고 힘들었을 텐데. 어떤 마음으로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그냥 귀 닫고 ‘야구만 하자’고 다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었다. 내가 (시범경기에서) 못했으니까. '빨리 (지금 상황을) 헤쳐나가자'는 생각만 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엔 가장 활짝 웃는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됐다. 개인도, 팀도 좋은 결과를 냈다. 고무적인 건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더 실력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지금은 ‘볼티모어의 영웅’이라는 현지 칭찬까지 듣고 있다.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냈다'는 안도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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