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가 어떤 경기에서 수준급의 투구를 했는지 판단할 때, 우리는 퀄리티 스타트(QS) 여부를 따진다. 퀄리티 스타트란, 선발 투수가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키면서 3점 이하의 자책점을 허용한 경우를 의미한다. 6이닝 3실점은 평균자책점으로는 4.5점에 해당하여, 어찌보면 선발 투수에게 지나치게 낮은 기준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실제로 6이닝 3실점의 가치는 어느정도 될까?
맷 헌터(Matt Hunter)는 팬그래프닷컴에 선발 투수의 이닝과 실점에 따른 팀의 승률을 소개했다. 1993년 이후의 데이터를 대상으로 한 그의 분석에 의하면, 6이닝 3실점은 약 50%, 7이닝 2실점은 65%, 8이닝 1실점은 80%, 9이닝 무실점은 99%의 승률을 갖는다. 좀 더 다양한 상황에 대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선발 투수의 6이닝 3실점은 팀에게 최소 50% 승률을 보장하므로, 해당 투수는 투수로서 최소한의 임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6이닝 3실점이라는 현재의 퀄리티 스타트 기준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6이닝 3실점보다 높은 가치는 갖는 투구 내용에는 또 어떤 것이 있을까? 3이닝 또는 4이닝에 0~1실점, 5이닝 0~2실점, 6이닝 0~3실점, 7이닝 0~3실점, 8이닝 0~3실점, 9이닝 0~4실점 등이다. 특히, 9이닝 4실점은 비록 퀄리티 스타트로 간주되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6이닝 3실점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갖는다. 따라서 실점 억제 능력과는 별개로 투수의 9이닝 소화 능력을 높게 평가할 필요가 있겠다.
한편, 얼마 전 커쇼의 활약에 힘입어 그의 이름을 인용한 ‘커리티 쇼타트'(또는 커리티 스타트)라는 기준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8이닝 1실점에 무볼넷과 10삼진이 그 기준이라고 하는데, 이 기준은 적당한걸까? 이닝과 실점 관점에서 커쇼다운 투구의 기준으로 ‘커리티 스타트’를 확인해보자.
커쇼는 이번 시즌 15경기에서 3.86의 WPA를 기록 중인데, 이는 경기당 .257에 해당한다. 즉, 그는 등판한 경기에서 팀의 승률을 평균(50%) 대비 25.7% 높인 셈이다. 따라서 그가 등판했을 때 팀의 기대 승률은 50+25.7=75.7%라 할 수 있다. 그럼 이 정도를 만족시키기 위한 투구 내용은 무엇일까?
앞의 분석 결과를 참고하면, 9이닝 0~3실점, 8이닝 0~1실점, 7이닝 0~1실점, 6 또는 5이닝 무실점 투구만이 이를 만족시킨다. 따라서 이 모두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7이닝 1자책점 정도가 ‘커리티 쇼타트’의 기준으로서 적절해 보인다. 현재의 기준(8이닝 1자책점)은 다소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