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는 논-웨이버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앞두고 불펜 보강을 꾀했다. 하지만 손에 쥔 것은 별로 없었다. 토론토에서 베테랑 존 액스포드를 영입한 정도가 전부였다.
영입의 당위성은 있었다. 좌타자를 상대로 고전했던 다저스 불펜이었다. 액스포드는 토론토에서 뛸 당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4푼7리에 불과했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비싸지 않은 선수였다. 사치세 조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다저스는 최고 유망주들의 지출도 꺼렸다. 그러다보니 행보가 다소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시의 선택이 두고두고 불안요소로 남는 모양새다. 다저스는 최근 불펜이 연이어 불을 지르며 연패 늪에 빠졌다. 게다가 팀의 마무리인 켄리 잰슨마저 부정맥 증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회심의 보강으로 자평했던 액스포드는 타구에 정강이를 맞아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2~3주는 결장할 예정이다. “불펜을 보강해야 한다”던 당시의 목소리는, “불펜을 보강했어야 했다”는 더 큰 후회로 불거지고 있다.
부랴부랴 마에다 겐타, 로스 스트리플링을 불펜으로 돌리며 만회에 나섰다. 분명 효과는 있겠지만, 다저스 불펜을 완벽하게 바로 세울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잰슨이 예상보다 일찍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는 소식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에 비해 다저스가 트레이드 마감시한에서 외면한 몇몇 선수들은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가 액스포드의 동료로, 다저스도 리스트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오승환(36·콜로라도)이다. 오승환은 콜로라도 이적 후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8을 기록하며 팀의 필승조 요원으로 자리 잡았다. 콜로라도 또한 웨이드 데이비스, 제이크 맥기, 브라이언 쇼 등 핵심 불펜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팀이다. 그러나 오승환이라는 훌륭한 선수를 영입해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저스는 오승환 영입에 큰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치세, 로스터 정비, 그리고 매니 마차도와 브라이언 도저 영입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 불펜 보강 의사결정이 늦었다는 의견도 있다. 반대로 콜로라도는 그 전부터 오승환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결국 토론토에서 매물로 나온 오승환을 유망주 세 명과 맞바꾸며 승부를 걸었다. 그 선택 자체는 적중했다.
현지 언론에서도 다저스의 이런 행보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통계전문사이트 ‘팬그래프’는 다저스가 당시 영입할 수 있었던 불펜 후보 중 하나로 오승환을 거론했다. 다저스가 애지중지하는 특급 유망주를 내주지 않고도 오승환 영입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또한 꼭 오승환이 아니었다해도 다른 선택지가 적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오승환 등 다른 선수보다 전체적인 성적이 좋지 않았던 액스포드를 택했다. 좌타자 상대의 매력은 있었지만 액스포드는 다저스 이적 후 3경기에서 피안타율 3할8리, 평균자책점 16.20에 그쳤다. 승부처에서 1이닝을 믿고 맡기기는 무리였고, 부상까지 당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안았다.
오승환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제이크 디크먼, 주리스 파밀리아, 키오니 켈라, 라이언 프레슬리, 호아킴 소리아 등도 시장에 나온 매물이었으며 실제 이적이 성사됐다. 물론 각 시나리오가 처한 상황은 다 다르다. 유망주 출혈이 더 심할 수도 있었다. 다만 적어도 액스포드보다는 더 믿을 만한 투수들이라는 게 중론이다. 마에다와 스트리플링의 활약마저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선발투수들의 부진이나 부상으로 두 선수가 다시 로테이션에 들어가야 할 상황이 되면 일은 더 꼬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