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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자궁 속에 쏟아진 정액 같은 것

글쓴이: 허정1  |  등록일: 12.02.2014 17:49:42  |  조회수: 19504
兄.

 

삶이 허무하다고 하셨던가요.

어쩌면 삶은 허무하기 때문에 삶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경험한 삶은 언제나 하나의 미궁이고 늪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사람들이 자기의 삶에 집착하는 것은

그것은 아마도 삶의 자락마다에 보일 듯 말 듯 한 유토피아적 열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바람이 땅 위로 불어오듯이

살아있는 동안 우리들의 삶 속으로도 바람 같은 열망은

쉬지 않고 불어옵니다.



그렇지만 兄.

삶의 열망이 있다고 해서

삶의 권태가 삶의 역동으로

삶의 결핍이 삶의 풍요로 전환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모노드라마 같은 것입니다.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삶의 위로가 되는 대상이 있다손 치더라도

삶은 결국 홀로 살아내야 하는 무대에 올려진 배우 같은 것입니다.


兄. 저는 저 삶의 결여와 남루가 의식되면

소설 속 인물들에게 자문을 구하곤 합니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영희라면

<무진기행>의 윤희중이라면

<태백산맥>의 염상진이라면

<칼의 노래>의 이순신이라면…

그렇게 저는 책 속의 그들로부터 삶의 아이디어와 무대장치의 구성을 배워

저의 삶의 빈약을 채워나갑니다.


兄. 어쩌면 삶은 자궁 속에 쏟아진 정액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올챙이 모양의 정자가 자궁 속에 쏟아져 자기 운동을 거쳐

온전한 사람의 모양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그 자체가 투쟁이자

미래에 대한 희망인 것입니다.

이렇듯 정액이 죽음이 아닌 생명이기에

그리고 그 생성은 거대함이기에 삶은 그 자체로 살만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兄. 만약에 삶이 상처와 굴곡 없이

마냥 매끄러운 이야기들로만 구성된다면

그 평탄함이 행복 일까요.

하루의 일상이 시간만 다를 뿐, 아무런 변화도 없는 반복의 연속이라면

저는 그 매끄러움과 평탄함을 언제든 반납할 것입니다.

삶이라는 것은

다소 고통스러울지라도 내 존재에 상처를 냄으로써

그 상처의 틈새로 他者타자의 고통을 흘러 들게 할 때 그것이

인간다움의 진정한 삶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말은 고통과 불행 그리고 치통처럼 쉽게 끊어낼 수 없는 삶의 허무감까지도

살아 있는 동안은 온전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맞습니다.

가끔은 우리모두 자기존재에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허무도 느껴야 합니다.

길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욱 방황하기 위해

더 깊이 헤매기 위해  더 깊숙한 곳으로 길을 잃기 위해

그리고 세상의 중력에 길들여지지 않기 위해

이 가을, 허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형의 모습이 저는

가슴 저리도록 아름답기만 합니다.

그러기에 가을의 막바지에서 삶의 허무를 느끼는 형에게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그것은 지금 느끼는 兄의 그 허무가 자기존재의 소진이 아니라

내일의 삶을 더욱 싱그럽게 하는 마법의 기적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兄의 건승을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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