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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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2시간 (valentine's day dinner)

글쓴이: 저문거리  |  등록일: 02.06.2017 12:45:24  |  조회수: 1488
그러니까 우리는 만남부터 촌스러움의 극치였다.
86년 겨울, 나는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형수감 물색해라, 장가 가야겠다' 라는 편지를 띄우고 비행기를 탔다.
이곳에서 여자를 만난다는게 그리 쉽지 않았었기에 그렇게 친구에게 중매를 부탁했던 거였다.
교회에 몇몇 여자 성도가 있긴 했지만 오빠 동생으로 지내다가 결혼 어쩌구로 발전하는게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던 거였다.

촌스러움의 극치였다는 얘기는 이런거였다.
친구는 그의 여자 친구를 통해서 내가 만날 여자를 소개하기로 했다.
그 두 여자는 안양의 한 유치원에서 같이 일하는 사이였고, 내 친구는 나와 같은 동네에 살던 친구였다.

그렇게 나는 12월 23일에 한국에 도착했고, 촌스럽게도 그 다음날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녀를 만난거였다.
그리고 만나기로 한 곳 역시도 촌스럽기 그지없는 영등포역 바로 앞 '역전다방'이었다.

나는 거기서 두 시간을 기다렸었다.
지금처럼 cell phone 이 있었던 때가 아니었기에 따로 연락할 방법도 없이 무작정 두시간을 기다렸던 거였다.
물론 친구에게 그만 가자고 여러번 얘기 했지만, "그 아이는 내 말 거절 못해, 꼭 나올거야" 라는 말로 일축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는 지금의 내 아내를 만났고, 백화점 5층에 있는 식당에서 서로의 신상에 대한 얘기를 했던거였다.

두 시간씩이나 늦은 것에 대한 그녀의 변명은, 소개팅 자리에 끝까지 나가지 않겠노라고 버티다 버티다 끌려 나왔다는 거였다.

우리 두 사람은 지금도 가끔 그 얘기를 하곤한다.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두 시간씩이나 거기서 기다렸지?"
"아~ 내가 끝까지 안나간다고 버텼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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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정1  02.07.2017 10:41:00  

    저문거리님. 반갔읍니다.

    valentine's day 때 좋은 두분의추억담을 즐갑하고 갑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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