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땐 웬수 같지만 그래도 항상 내 편이 되주는 삶의 의욕을 주는 제 방짝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아니, 자랑 좀 하려 합니다.
내가 처음 그녀를 만난 건 벌써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네요. 꿈 많던 고등학교 시절 글쓰기 동문으로 서로 만나 함께 한 그 친구. 시골서 태어나 거기서 자라 순진하기 그지 없었던 그런 시골 여학생을 처음 만난 것이지요.
전 서울서 나서 서울서만 자라 약간 촌스럽고 순진한 그녀가 그 때는 신기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지요. 그래서일까, 왠지 만나면 잘해주고 싶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군요. 모임이 끝나면 항상 기차역 까지 바래다주며 그녀와 얘기를 나누다 보면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처럼 순진했던 그런 여자였으니까요. 그러면서 난 사람인지 우정인지도 모른 채 그녀가 좋아졌지요. 그러다 제가 이민을 가기 위해 학교를 중단하고 쉬고 있을 때 타국에 가려면 기술이라도 배워가라며 부모님이 하시던 양복점에 저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그것이 나중에 보니 처가댁에 첫 인사가 될줄은 몰랐습니다. 거기서 저는 양복기술을 배웠고 이민와서 자리를 잡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객지에서 친구도 없이 지낼 때 그래도 날 잘 챙겨주던 옛 친구에게 연락을 하다보니 사랑인지, 우정인지 모르지만 감정이 생겼고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저는 그녀를 이곳에 데려오게 되었습니다.
너무 어릴 때 하던 철부지 사랑이라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와의 관계는 시들어져 갔고 덤덤하며, 신비로움도 없는 생활의 나날이 되니, 내가 이곳으로 불러놓고...(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