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0주년을 보낸 우리 부부의 얘기입니다.
한국에서 12년 이민생활 38년. 누가 부르지도 권하지도 않았는데 이민이란 새로운 세계에 대한 동경심으로 12, 10살 아이들을 데리고 겁없이 도착한 남미 브라질은 착하고 고지식한 남편과 전업주부로 살던 우리에게 만만치가 않았습니다. 의논할 때도 도움을 청할 곳도 없는 곳 너무도 생소한 언어, 풍습, 생활 방식.. 그렇다고 좌절하고 있을 수 만도 없는 일. 무엇이든 해야지 결심하고 준비하는데 약1년이 걸렸습니다. 헌데 막상 사업을 시작할 즈음에 제가 큰 수술을 해야만되게 되었습니다. 남편 혼자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라서 우선 제 수술 먼저 하게 되었고 거기에 따른 경제적 손해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헌제 수술 경과가 좋지 않아 저는 저대로 고생.. 남편은 마음 고생.. 안정되지 않은 가정 때문에 어린 애들도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헌데 완치도 않된 상태에서 9개월 만에 다시 수술을 했습니다. 남편은 속이 타지만 제 앞에서는 내색도 없고 오로지 저만 위로해주고 격려 해주는데.. 뻔한 살림형편을 아는 저는 죽고만 싶었습니다. 저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미안한 마음에 아프다는 표현도 못했습니다. 헌데 세월이 흘러 어느 정도 저도 건강을 되찾게 되어 새로운 사업을 계획하던 중 이번엔 교통사고를 당해 6개월 동안 꼼짝 없이 누워만 었어야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정말 저주받은 존재인가 해서 앞으로 사는 것이 겁이 났고 더이상 살다간 남편과 아이들한테 못할 노릇만 시킬 것 같아 생을 놓을까 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헌데 남편은 아픈 몸이라도 자기 옆에 있어야 자기가 살 수 있다고 하며 저를 위로해주고 간호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전 제 앞에서는 보이지 않던 눈물을 제가 볼까봐 돌아서서 손으로 닦는 모습을 본 저는 너무 미안하고 고맙게 생각되어 열심히 살아보기로 결심하고 힘을 추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후에도 5번 더 수술을 함으로서 제 남편은 애간장, 경제적으로 피해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 남편은 자기가 우겨서 이민 나오게 되었고 그러므로 제가 고생을 했다고 자신이 죄인이라고 자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원해서 아팠던 것도 아니고 내가 원해서 사고가 난 것은 아니지만 어쨌던 간에 저로 인해 온 식구가 고통스로웠으니 제가 열심히 살므로서 가족에게 보상이 되리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왔지만 만약 남편이 저를 원망하고 서운하게 대해 주었다면 지금 제가 살아있음은 없었을 것 입니다.
지금 저는 건강하고 행복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너무도 착하고 선량한 남편을 만나게 됨을 신께 감사하고 남편 애들한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가끔은 옛날 일들을 얘기하곤 합니다. 참 어려웠던 시절 잘 견디어 왔다고 말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지금같이 남편과 손잡고 다닐 정도의 힘만이라도 사는 동안 계속되기를 바라고 비록 젊은 날의 열정은 없지만 대신 눈빛으로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며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는 동안 애들한테 짐이 되지 않고 이웃에게 폐가 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 마지막 우리 부부의 소망입니다. 그리고 다시한번 이민초에 나로 인해 애간장 태운 남편에 대한 고마움과 송수스러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여보.. 저도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만큼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