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왕실견' 웰시코기 마지막 후손, 세상 떠나

글쓴이: gamzaa  |  등록일: 04.24.2018 16:09:10  |  조회수: 615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더퀸’에는 ‘펨브로크 웰시 코기’가 여러 마리 등장한다. 짧은 다리와 긴 허리, 통통한 몸매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견종인 웰시 코기는 지난 80년간 영국 왕실을 상징하는 ‘로얄견’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더이상 웰시 코기를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왕실 코기 혈통의 마지막 후손이었던 ‘윌로우’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암투병을 해온 윌로우는 로얄 코기의 14대 손이다. 영국 데일리 메일은 왕실 관계자를 인용해 “여왕이 윌로우의 죽음으로 매우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지난 80년간 무려 30마리의 웰시 코기를 키웠다. 여왕의 아버지 조지 6세는 1933년 왕실에 처음으로 코기를 데려왔고, 엘리자베스는 1944년 첫 반려견 ‘수잔’을 선물로 받았다. 당시 공주였던 엘리자베스는 수잔과 한순간도 떨어질 수 없었고, 1947년 신혼 여행에 남편 필립 마운트배튼 몰래 수잔을 데려가기도 했다. 수잔이 1949년 두 마리의 새끼를 낳으면서, 영국 왕실의 로얄 코기 혈통이 시작됐다.

영국 대중은 웰시 코기에 둘러싸인 엘리자베스의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봤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 홍보 영상에 영화 ‘제임스 본드’의 주연배우 다니엘 크레이그가 버킹엄궁에서 엘리자베스를 에스코트하는 영상에서 함께 여왕을 호위하는 코기들의 장면은 소셜미디어 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얄 코기견의 화려한 일상도 대중의 관심사다. 로얄 코기견은 각자 넓은 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고, 침대에서 자고, 침대 시트는 매일 갈아준다. 그들은 지정된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 오후 5시가 되면 전용 요리사가 만든 스테이크와 닭가슴살 구이를 먹고, 가끔 여왕이 직접 먹이에 육즙을 부어주기도 했다.

로얄 코기는 여왕의 가족이기 때문에 왕실의 일원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 때문에 코기가 잘못을 해도, 삿대짓을 하거나 목소리를 높여서는 안 된다. 설사 비싼 카펫이나 가구에 소변을 본다고 해도 누구도 꾸짖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왕실 직원들은 항상 소변 탈취제와 용변봉투를 소지하고 다닌다. 특히 엘리자베스는 반려견에게 장난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 관리인이 장난으로 코기의 음식에 위스키와 진을 섞었다가, 쫓겨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다만, 엘리자베스 여왕의 가족이 모두 애견인은 아니다. 손자인 윌리엄과 해리 왕자는 웰시 코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2012년 윌리엄 왕자는 인터뷰에서 “코기들이 너무 자주 짖는다”며 “(여왕이) 어떻게 견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 역시 2017년 “지난 33년간 개짖는 소리에 시달려왔다”고 불평했다. 그러나 코기들이 한사람 앞에서는 온순해진다고 했다. 바로 왕자비가 될 메건 마클이다. 해리 왕자는 “개들이 메건 앞에서 짖지 않고 달려가 반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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