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가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의 먹거리인 데이터센터 사업 판 자체를 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30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지난 25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한 다른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에 시장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AI 수혜주인지 아닌지 옥석 가리기에 한창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실적 발표일에 2분기 매출이 110억달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71억8000만달러)보다 53% 높은 수준이었다. 엔비디아는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하며 이틀 동안 27.5% 오른 38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 AMD와 브로드컴, 마벨테크놀로지도 이틀 동안 주가가 급등했다. AMD 주가는 이틀 동안 17.3% 올랐고, 브로드컴도 19.6% 상승했다.
반면 경쟁사인 인텔은 지난 25일 5.5% 하락했으나 다음 날 5.8% 상승 마감했다. 인텔은 지난 1년 동안 주가가 34% 하락하는 등 AI 수혜에서 비켜난 모습이다. 퀄컴도 이틀 동안 7.1% 오르는 데 그쳤다. 대중 비중이 높은 퀄컴(64%)과 인텔(27%)은 미·중 갈등 리스크로 상승폭이 제한됐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마벨테크놀로지의 가파른 급등세가 눈에 띄었다.
올해 들어 주가가 82% 오른 가운데, 최근 이틀 동안 무려 42.5% 올랐다. 맷 머피 마벨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AI 관련 매출이 최소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해 투자에 대한 기대감을 샀기 때문이다.
마벨테크놀로지는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인프라스트럭처에 반도체 기반 제반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다. 주요 사업은 클라우드·온프레미스 데이터센터 부문으로 전체 매출에서 33%(올해 4월 기준)를 차지한다.
AI 도입, 네트워크, 서버·스토리지 제품을 제공한다. 이어 엔터프라이즈 네트워킹 부문(27.6%), 통신 인프라 부문(21.9%)을 영위한다. 이외에 PC, 게임 콘솔 등 컨슈머 부문(10.8%)과 자동차 부문(6.8%)도 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마벨테크놀로지 목표주가를 46달러에서 60달러로 상향 조정하고 매수 등급을 부여했다고 밝혔다.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이번 분기 이후 데이터센터 상호 연결, 광학 디지털 신호 프로세서, 맞춤형 애플리케이션별 집적회로 등 AI 관련 모멘텀이 구축되면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AMD는 엔비디아와 유사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AMD는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를 설계 및 판매하는 팹리스 업체다. 전체 매출에서 게이밍 부문이 32.4%(올해 3월 기준)를 차지하고 네트워킹용 칩인 임베디드 부문이 28.9%, 데이터센터 부문이 23.9% 비중이다.
최근 AMD는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한 54억달러라고 발표해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다. 실적 발표가 빨랐던 AMD와 인텔 실적이 저조해서 엔비디아 실적에 대한 시장 예상치가 낮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AMD는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다.
AMD에 대해 "증가하는 AI 수요에 맞춰 신제품(Ryzen 7040·MI300)을 출시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임베디드 부문에서는 자일링스 인수 효과로 큰 폭으로 성장 중이며 자사주 매입을 크게 늘려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 주가는 올해 들어 46.8% 올랐다. 지난 23일 애플은 수년간 5세대 이동통신(5G) 무선주파수 반도체 개발을 위해 수십억달러 규모로 신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계약 소식이 전해지자 브로드컴 주가는 1.2% 올랐다. 이어 엔비디아 실적 발표에 이틀 동안 19.6% 올랐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는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개장 직후 400달러 넘게 거래되며 시총 1조달러(약 1322조원)를 돌파했다. 미국 반도체 기업 가운데 1조달러의 벽을 넘어선 것은 엔비디아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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