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투자 위험 경고등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중국 기업에 대한 신규 투자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돈나무 선생님'으로 유명한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가 중국 투자 경고음을 내고 보유 지분을 대량 매도한 후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 중국 기업에 투자한 서학개미들도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6월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의 뉴욕증시 상장을 전후해 중국 내에서는 자국 기술기업의 해외 상장 단속을 비롯한 고강도 산업 규제가 줄을 잇고 있어 '차이나 리스크'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중국으로 향했던 자금이 이탈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이던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상장지수펀드(ETF)와 13위 종목인 텐센트 순위가 이달 들어 대폭 뒤로 밀려났다.
중국 기업을 담은 개인투자자들이 점차 발을 빼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손 회장은 2021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중국 당국의 기업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상황이 가라앉을 때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관망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회장의 '중국 사랑'은 유별나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 내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은 23%다.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미국(34%)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특히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성공 신화는 소프트뱅크를 대표하는 투자 사례다. 소프트뱅크의 알리바바에 대한 투자 지분은 전체 자산 가치의 39%에 달한다.
소프트뱅크가 중국 투자를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갈수록 커져 가는 '공산당 리스크'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중국 주식시장은 하이테크 주식에 있어 수난의 시기"라며 "다양한 규제가 시작되고 있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이미 투자한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 들어 비전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미국 상장 직후 신규 영업 중단 조치 등 직격탄을 맞은 디디추싱 주가는 지난 6월 말 뉴욕증시 상장 이후 한 달 반 만에 35.15% 떨어졌다.
만방그룹 주가도 6월 뉴욕증시 상장 이래 35% 하락했다. 소프트뱅크 자산 중 비중이 큰 알리바바 주가는 지난 2월 이후 30% 가까이 빠진 상태다. 효자 노릇을 했던 알리바바가 이제는 리스크로 돌변한 것이다. 최근 한 달 새 뉴욕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4.74% 떨어졌다.
신규 투자도 얼어붙었다. 손 회장은 올해 4월 이후의 신규 투자 중 중국 기업 비중이 11%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전자상거래 공룡 알리바바(24.85%)와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20.1%),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등 중국 거대 기술 기업의 주요 투자자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달부터 중국 주식 투매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달 10일까지를 기준으로 한달 새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HXC)' 지수는 13.30% 가까이 하락했다. 해당 지수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98개 종목 주가를 추종한다.
지난달 13일 우드 CEO는 자사 웨비나를 통해 중국 정보기술(IT) 기업에 대해 매도 권고 의견을 낸 후 알리바바뿐 아니라 바이두와 텐센트(뉴욕증시 장외 주식) 등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국판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 주식을 전부 내다팔았다.
우드 CEO는 중국 기술주에 대해 "사람들은 중국 정부가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며 나도 이런 점 때문에 중국 기술 기업들에 대한 시장 평가가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 기술기업의 성장성에 강하게 베팅해 온 손 회장의 중국 투자 중단은 글로벌 자본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이의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중국 기술기업 투자를 중단할 경우 중국 내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JP모건은 투자 메모를 통해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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