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나이트 존 템플턴 재단 투자자문위 의장 인터뷰
막대한 유동성 속 긴축 기조
개인에겐 금융주 투자 기회
中, 기업 강력통제 나서자
투자금 썰물처럼 빠지는 중
韓도 빅테크 칼날 겨누다가
중소벤처 싹 자를 수 있어
"(기준금리 인상은) 자본시장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로리 나이트 존 템플턴 재단 투자자문위원회 의장 겸 옥스퍼드메트리카 회장은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자본시장에 미칠 영향력을 묻는 기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존 템플턴 재단의 투자 심의에 관여하고 전 세계 부호들의 자산을 운용하는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글로벌 자본시장과 한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시각을 공유했다.
나이트 의장은 막대한 유동성이 풀린 시장에서 긴축이 단행될 경우 시장에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점진적인 긴축을 예고했더라도 긴축이 막상 시행되면 시장은 압박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상반기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8조달러를 넘었는데,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9000억달러와 비교해 10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경제가 성장하지 않음에도 나타나는 인플레이션, 즉 스태그플레이션"이라며 "시장은 이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빠르게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이트 의장의 우려는 연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정부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기준금리 인상 등의 방법으로 유동성 회수를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미심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최근 한국은행 금리 조정은 매우 부드럽고 적절하며 순차적으로 진행됐고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시장도 부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항공·여행·오프라인 유통업 등 전 세계 산업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긴축이 단행되면 시장이 충격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가 정상을 회복하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 상승기가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기회 요인이 있을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익을 보는 회사들에 투자하는 게 방법"이라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명목금리를 끌어올려 은행들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초과 유동성 공급으로 인해 전 세계 자본시장에서 활발한 인수·합병(M&A)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나이트 의장이 주목하고 있는 점이다. 그는 "특히 행동주의 펀드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다"면서 이들 펀드의 기업 공격이 빈번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최근 영국의 대형 유통기업 '모리슨'을 겨냥한 행동주의 펀드가 인수 의향을 밝힌 이후 다른 사모펀드(PE)들도 인수 경쟁에 뛰어든 바 있다"면서 "국내 기업 중에도 외국 자본의 투자가 많은 곳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증시 상승과 함께 기업공개(IPO)가 두드러지기도 했으나 PE로의 급격한 자본 쏠림이 나타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뒷받침하는 사례다.
그는 중국 투자에 대한 경계 심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나이트 의장은 "텐센트나 중국 인터넷 교육 기업들이 급작스럽게 사실상의 비영리 기업으로 바뀌어 버렸다"면서 "투자자들은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기업을 닫게 하는 조치라고 보고 있으며 최근 몇 달간 중국 투자에 너무 큰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과 달리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은 사업과 투자가 엮여 있어 완전한 투자 회수에 어려움이 닥칠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근 한국 정부와 여당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규제가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라면서도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빅테크' 기업이 아닌 중소 규모의 플랫폼이 더 큰 제약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이트 의장은 "빅테크 기업들은 규모가 크고 규제에 맞설 힘이 있기 때문에 약간의 부침이 있더라도 살아남겠지만 규모가 작은 테크 기업은 부정적인 영향에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이트 의장은 위험을 추구하는 젊은 자본 '영머니'가 아닌 안정성을 추구하는 '올드머니' 운용에 일생의 대부분을 보냈지만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 명목화폐의 자산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것도 블록체인 기반의 전 세계 M&A 플랫폼을 개발한 GBC코리아와의 협력을 위해서다.
나이트 의장은 "안정성·신속성·경제성·익명성이 중요한 M&A 시장에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면 모든 과정이 더욱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중소 규모 기업들이 가질 수 없었던 투자 기회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이트 의장은 투자자문회사인 옥스퍼드메트리카를 2002년 설립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옥스퍼드메트리카는 네슬레·테스코·AIG·IBM·오라클 등 기업에 전략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대륙에 고객이 있으며 기업 PR 및 국제 상장, 투자 관련 자문을 다수의 국제적 기업과 재단들에 제공하고 있다.
▶▶로리 나이트 의장은…
존 템플턴 재단의 평의원회 이사와 집행위원, 투자자문위원회 의장을 함께 맡고 있다. 존 템플턴 재단은 저명한 투자자 존 템플턴 경의 유지를 기려 만들어진 자선단체다. 나이트 회장은 영국 옥스퍼드대 템플턴 경영대학원 학장직을 2회 맡았는데 이때 쌓은 템플턴 경과의 신뢰가 템플턴 재단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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