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새해 들어 연일 폭락장
테슬라 -13% 애플 -10% MS -14%… ‘서학개미 종목’ 두 자릿수 후퇴
“작년 성과급 다걸었다 25% 손실”… “불안하고 우울” 온라인 글 줄이어
전문가 “단기 변동 고통스럽지만… 혁신성장기업에 장기 투자해야”
지난해 말 받은 성과급 1000만 원을 미국 주식에 ‘몰빵’한 직장인 서모 씨(40)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뉴욕 증시가 연일 널뛰기를 하는 탓에 밤을 새워 스마트폰 시세창을 들여다보는 날이 많다.
서 씨는 “나스닥 지수가 오르는 걸 보고 잠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폭락한 걸 확인하면 하루가 우울하다”며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보고 뛰어들었는데 꼭짓점인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 씨는 한 달도 안 돼 25%가 넘는 손실을 입었다.
새해 들어 미국 증시가 연일 폭락장을 연출하면서 해외 주식 투자에 나선 ‘서학개미’들의 불안이 극에 달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공포가 세계 금융시장을 짓누른 가운데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외 주식은 올 들어서만 12조 원이 사라졌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4일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710억3101만 달러(약 85조 원) 규모로 집계됐다. 지난해 계속된 서학개미의 투자 열풍에 이달 3일 사상 최대치(809억1287만 달러)를 찍었다가 불과 3주 새 12%(약 99억 달러)가 급감한 것이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11조8300억 원이 사라졌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는 미국 주식이 올 들어 95억 달러 가까이 줄어든 영향이 크다. 나스닥을 포함해 미국 주요 지수가 고꾸라지자 서학개미들이 미국 증시에서 발을 뺀 데다 주가 하락으로 주식 평가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5일(현지 시간)에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2.28% 급락한 13,539.3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장중 5% 가까이 빠졌다가 극적으로 반등했던 드라마는 없었다. 올 들어 25일까지 나스닥 지수 하락 폭은 14.49%에 이른다.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전기차회사 테슬라는 지난해 말 천슬라(주가 1000달러)를 넘어섰지만 현재 918달러까지 밀렸다. 올 들어서만 13% 넘게 빠진 것이다. 이어 애플(―10.02%), 반도체기업 엔비디아(―24.10%), 마이크로소프트(―14.22%), 알파벳(―12.37%) 등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미국 주식들은 일제히 두 자릿수의 손실을 내고 있다.
이날 서학개미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주가 걱정에 새벽마다 잠이 깬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다”, “하루 변동 폭이 너무 커 밤새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 반등에 ‘베팅’하지만 35% 손실
일부 투자자는 미국 증시가 반등할 것을 기대하고 지수 상승률의 3배를 좇는 레버리지 상품에 ‘베팅’하고 있지만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QQQ’ 상장지수펀드(ETF)의 올해 순매수액은 4억 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올 들어 이 ETF는 35.97% 급락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레버리지 상품을 사는 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지적했다.
미국발 긴축 공포는 국내 증시도 연일 짓누르고 있다. 26일 등락을 반복하던 코스피는 결국 전날보다 0.41% 하락한 2,709.24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나흘 연속 하락해 153포인트 이상 빠졌다.
연준의 긴축 시계를 판가름할 25, 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투자자들의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FOMC가 끝나면 단기 조정 국면이 마무리되겠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워낙 강한 데다 코로나19 상황도 불확실하다”며 “여기에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쳐 추가 조정이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로 고통스럽더라도 메타(옛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혁신성장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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