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땐 기술주에 공격적 투자
나이들면 배당·가치주 갈아타
미국 DC형 퇴직연금인 401K
자산의 절반, 美주식으로 굴려
연평균 수익률 두자릿수 훌쩍
적립금 작년 7조달러에 육박
"미국에서 월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은 꾸준히 주식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20대 초반부터 연금 투자를 한도에 맞춰 지속했다면 50대 중후반에 100만달러(약 13억3000만원)까지 불어날 겁니다."
미국 뉴욕 '금융의 심장'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마이클 코이 씨(37)는 매년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계좌를 통해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2020년 팬데믹 이후부터는 기술·성장주들의 기업가치가 뛰면서 기술주 펀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코이 씨는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같은 '매그니피센트7(M7)' 투자를 좋아한다"며 "최고 기업들에 연금자산을 투자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적금에 연금자산이 묶인 한국과 다르게 미국 청년들은 연금자산을 기술주에 투자하는 게 흔하다. 공격적인 투자로 연금자산을 불린 후 중장년이 되면 가치주·배당주 비중을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조정한다.
막대한 연금자산의 주식시장 유입은 수급상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주가가 오르면 연금 투자자들 계좌가 부유해지는 선순환 효과로도 이어진다.
이병선 모건스탠리 연금 디렉터는 "고령화로 공적연금 역할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선 '자산 굴리기'를 통해 연금의 절대 규모를 늘려야 한다"며 "복리 효과에 가장 적합한 자산이 주식"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프랭클린템플턴, TD코웬,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미국의 연금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꺼리지 않으면서 연평균 주식시장에 유입되는 연금자산은 4000억달러(약 531조6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코스피 시가총액의 4분의 1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미국 DC형 제도인 401K에선 법적으로 주식 투자에 대한 비중 제한이 없어 투자자들이 타깃데이트펀드(TDF)를 통해 자유롭게 다양한 주식형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케빈 머피 프랭클린템플턴 미국투자전용부문 부사장은 "자본주의가 있는 한 결국 시장은 우상향한다"며 "개별주 투자는 장기적으로 위험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인 운용사가 제공하는 TDF 투자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낫다"고 밝혔다.
크리스 폴라드 TD코웬 매니징 디렉터는 "최근 주요 기술주들 성과가 좋았는데 퇴직연금 자금이 해당 주식들에 몰린 점도 주가 상승의 주요인"이라며 "연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인덱스 펀드로 기술주·가치주·배당주 분산 투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와 노동부에 따르면 401K를 통해 주식에 투자되는 비중은 총 86%에 달한다. 미국 주식 47%, 주식·채권 혼합 28%, 글로벌 주식 11% 순이다. 주식형 자산 증가로 인해 401K의 평균 수익률은 2019년 20.1%, 2020년 14.1%에 달했다.
양호한 수익률은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로도 이어진다.
401K 적립금은 2000년 1조7380억달러에서 지난해 3분기 6조9350억달러로 늘었다. 401K 포트폴리오 중 주식형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뮤추얼펀드 비중도 1995년 2660억달러(30%)에서 지난해 3분기 4조3230억달러(62%)로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금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금 투자 상품으로 뱅가드의 기술주 펀드인 '뱅가드 인포메이션 테크놀로지 인덱스 펀드(VITAX)'를 거론한다. 해당 펀드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브로드컴, 어도비, 세일즈포스를 비롯한 우량 기술주 300여 개를 담았다. 최근 1년과 5년 수익률이 각각 42%, 174%에 이른다.
미국 전문가들은 실질적으로 노후 보장이 가능한 퇴직연금 투자를 위해선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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