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압 의혹속 개봉 드디어 판도라가 열린다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11.09.2016 13:45:07  |  조회수: 966
155억 원전 재난 블록버스터, 12월 극장행
<연가시> 박정우 감독…김남길·김명민 출연

모태펀드 투자 거부·개봉 연기로 탄압 논란
“4년 전 상상하며 만든 이야기 현실이 됐다”



영화 <판도라>는 지진이라는 자연재해, 그보다 더 큰 위험을 부른 원전 비리를 그렸다. 뉴 제공



영화계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원전 폭발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12월 개봉을 확정하고 9일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연가시>를 연출한 박정우 감독이 만든 총 제작비 155억원의 재난 블록버스터지만 그동안 모태펀드가 투자를 철회하고, 촬영을 마친 지 1년6개월이 지나도 개봉일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외압 논란이 컸던 영화다. 박정우 감독은 “특수효과 장면이 영화의 60%를 넘는데다가 대사 대부분을 다시 녹음하면서 후반 작업이 길어진 탓에 개봉이 늦어졌다”며 외압설을 부정했지만, 9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김남길, 문정희, 정진영, 강신일, 김대명, 유승목, 김주현 등은 한결같이 “이 영화의 개봉이 기적 같다”며 감격했다.

배우 김남길은 “촬영 당시엔 걱정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시국이 복잡하고 답답해서 우리 영화가 어떻게 읽힐지 기대 반 우려 반”이라며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로 시작되지만 인간과 자본의 이기심이 더 큰 재난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원전뿐 아니라 사회를 보여주는 역할”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이날 무대에 오른 배우 7명 중 3명이 세월호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강진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흔들리면서 대한민국은 원전 붕괴라는 국가 비상사태를 맞이한다. 9일 공개된 제작 영상에서 <판도라>는 무너져 내린 발전소를 배경으로 재해 지역에 갇힌 사람들, 그곳을 벗어나려는 인파, 혼란에 빠진 경기장, 병원 등을 보여줬다. 배우 김남길은 방사능 유출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자신을 던지는 발전소 직원 역할을, 정진영은 전 발전소장으로서 노후화된 원자력 발전소의 위험을 알리는 역을 맡았다. 김명민은 국민을 걱정하면서도 무기력한 대통령, 이경영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총리 역으로 권력의 얼굴을 표현한다. 영화는 단순한 자연재해에 따른 원전 사고가 아니라 관련 기업과 정부 관료들의 유착 등 원전의 진짜 위험을 만들어내는 부패한 권력까지 다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붕괴라는 최악의 재난 앞에서 사람들은 희생과 사랑과 이기심의 민낯을 드러낸다. 뉴 제공




배우 김영애는 <판도라>에서 김남길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뉴 제공

모태펀드가 명확한 이유 없이 투자를 철회하면서 원전 사고 앞에 흔들리는 사회를 그린 이 영화에 대한 외압 의혹이 생겨났다. 정부출연금으로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하는 모태펀드는 <판도라>를 시작으로 그 뒤 몇몇 사회비판적인 영화들에 투자를 거부했다. 그 때문에 영화계에서 모태펀드가 사전 검열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불만을 사기도 했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7월 촬영을 마쳤지만 최근까지 개봉일을 발표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지금 정권에선 개봉하기 어렵고 빨라야 대선 국면인 내년 겨울에나 개봉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정진영은 “단순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라면 <또 하나의 약속>처럼 어떤 식으로든 만들 수 있었겠지만 이 영화는 재난의 전모를 보여주는 상업적 대중영화다. 투자사 뉴가 <변호인> 제작 뒤 노골적인 외압을 겪기도 했기에 걱정이 컸다. 창작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 때 불이익을 염려해야 하는 못돼먹은 사회다. 이런 일들이 오늘날 횡행했다는 것을 이제는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예상보다 빨리 <판도라>가 개봉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판도라>를 투자·배급한 뉴의 영화사업부 박준경 이사는 “개봉을 결정한 시기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폭로가 있기 이전”이라며 최근 정부의 검열이 약화된 틈을 타서 개봉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부정했다. 대신 최근 우리 사회를 불안하게 했던 재난·재해가 상영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높다. 박 이사는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4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전혀 없는 지진 안전 국가였다. 완전히 가상의 이야기로 시작했는데 9월 경주 지진과 지금까지 이어지는 여진으로 갑자기 여지껏 나온 재난 영화 중 가장 현실적이고 시의성 있는 재난 영화가 되어버렸다”고 했다. 한 제작 관계자도 “최근 올겨울 개봉이 정해졌지만 외압이나 여러 논란을 우려해 제작보고회 직전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다. 민감한 소재의 영화라 상영관 확보가 어려울까봐 걱정했기 때문인데 최근 ‘최순실 게이트’가 보도되면서 걱정을 덜었다. 당분간 노골적인 검열이나 상영 단속은 못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우연히 여러 기회가 맞아떨어져 자칫 상영을 못 할 수도 있었던 영화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는 것이다.

재난 앞에 떠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는 마지막까지 희망적 결론을 놓지 않는다.

개봉 시기뿐 아니라 영화 속 내용에도 우연의 일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정우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공교롭게도 4년 전에 쓴 시나리오가 지진이며 지금 시국과 맞아떨어져서 깜짝 놀라고 있다”고 했다. 배우 정진영은 “영화 <내부자들>을 봤을 때 너무 과장이 아닌가 했는데 현실이 됐다. <판도라>도 감독님의 연구와 취재 속에서 만들어진 가상의 이야기가 개봉 즈음 현실과 겹쳐지는 것을 보게 됐다”고 했다. 박준경 이사도 “재난에 대처하는 영화 속 주체들의 태도와 대사가 지금 뉴스에서 나오는 이야기와 상당히 겹치는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있다”고 전했다.

<판도라>는 펀딩 사이트 와디즈에서 후원·투자자를 모집해 5일 만에 2억5000만원을 모았다.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와 사전 판권 계약을 맺어 12월 한국 극장에서 개봉한 뒤 넷플릭스를 통해 190개 국가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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