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책]'더 폰' 이건 한국형 타임슬립 스릴러의 진보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10.16.2015 11:47:52  |  조회수: 2732
타임슬립 영화 대표주자로 꼽히는 '백 투 더 퓨처'는 최근 많은 시네필들의 관심 속에 재개봉될 정도로 할리우드 SF 장르의 궁극적인 지점을 달성한 영화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국내 장르 영화들이 과학적인 접근으로 타임슬립에 접근하는 작품들은 스케일 면에서나, 스토리의 설득력에서나 눈높이가 높아진 관객들의 마음을 쉬이 사로잡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국내에서는 타임슬립 소재를 비교적 대중적인 장르인 멜로에 접목시킨 작품들이 많았던 것이 현실. 영화 '동감'이나 '시월애' 역시 현재와 과거의 소통을 그리며 관객들에게 판타지의 묘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그 후 영화 '내추럴 시티'나 '예스터데이', '열한시' 정도가 과학적 개념을 활용한 영화로 호기롭게 관객들과 만났지만, 흥행에 잇따라 실패했다.

그런 점에서 신인인 김봉주 감독이 내놓는 영화 '더 폰'의 타임슬립 스릴러라는 장르는 유의미하다. 과학적 접근이 어느 정도 요구되는 SF 장르 범주에 분류하기엔 다소 무리한 감이 없지 않지만 타임슬립물로서는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타임슬립 소재가 관객들에게 친근한 스릴러라는 장르와 접목되니, 스토리가 한결 풍성해지고 몰입도 조성이 빨라졌고, 영리해진 관객들에게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가 가능해졌다.



영화 '더 폰'이 오는 22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더 폰' 스틸


현실과 판타지를 잇는 장치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바로 휴대전화다. 아내 조연수(엄지원 분)가 살해당한 뒤 1년 후, 변호사 고동호(손현주 분)가 아내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게 되는 순간부터 타임슬립이 본격 가동된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장치에 대한 개연성, 이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휴대전화를 타임슬립 장치로 과감하게 사용한 점이 흥미롭다.

그렇다고 휴대전화를 두고 현재와 과거의 소통이 이뤄지는 설정이 무리수로 다가오진 않는다. 주인공 고동호가 휴대전화 너머 과거에 있는 아내의 상황이 바뀔 때마다 현재의 상황도 바뀐다는 걸 알게 되는 시점이 다소 빠르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이후 자신이 처한 상황을 현실적으로 전달하는 손현주의 연기 덕에 금세 몰입이 되고 만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설정 만큼이나 흥미로운 건 고동호의 사투가 '단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조연수가 있는 공간에서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가 펼쳐지고 고동호가 발을 딛고 있는 공간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시간이 흐른다. 현실의 시간과 판타지의 시간 병렬 배치는 고동호가 처한 긴박한 상황을 더 극대화한다.



영화 '더 폰'이 오는 22일 개봉된다. © News1star / 영화 '더 폰' 스틸


할리우드에는 추적 스릴러 시리즈에서 사랑 받았던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가 있다면 국내에는 손현주가 있다.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깃든 얼굴로 극한의 상황에서 홀로 외롭게 사투를 벌이는 모습에서 끊임없이 호기심과 긴장감을 갖게 한다. 극의 위기 상황에 관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인물의 운명과 궤를 같이 하게 만든다. 연기력만으로 서스펜스를 조율할 수 있는 건 손현주의 힘이다.

'더 폰'의 백미는 단연 고동호와 도재현(배성우 분), 경찰들의 청계천 추격신이다. 대부분의 장면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뤄지지만 청계천에서의 연등행렬 장면과 이에 이어지는 자전거 추격신은 영화에서 특히 놓치지 말아야 할 묘미다. 단 한 번의 촬영을 위해 장기간 치밀한 예행 연습을 거친 배우들의 노련함과 제작진의 공이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장르적 관습 때문에 한국 스릴러가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더 폰'의 시도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장르적 특성에 매몰되지 않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점이 고무적이다. 전개가 지지부진하거나 구구절절하지 않고 전환점이 빨라 박진감이 넘친다. 스토리라인이 자칫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판타지를 보는 또 하나의 묘미가 될 수 있다. 배우들의 열연으로 현실감을 보태 한국형 타임슬립 스릴러의 진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오는 2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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