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콕] '사도' 눈 깜빡임조차 아까운 125분의 폭주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9.03.2015 15:59:18  |  조회수: 3006
충무로에서 '웰메이드 사극'의 정점을 찍은 이준익 감독이 지휘하고 '신으로 불리는 배우' 송강호가 리드, '미친 연기력'의 유아인이 뒤를 따른다. 기본 3루타 흥행을 예상케 했지만 뚜껑을 여니 웬걸, 3루타 흥행이 아닌 만루 홈런이다. 한국 사극 장르의 기준을 새로 쓴 명작이 탄생했다.

올가을 극장가를 강타할 기대작으로 일찌감치 입소문이 자자한 사극 영화 '사도'(이준익 감독, 타이거픽쳐스 제작)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언론 배급 시사회를 열어 그 베일을 한 꺼풀 벗었다.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8일 만에 죽음을 맞이한 사도세자 이야기를 담은 '사도'는 재탕, 삼탕 핸디캡 따위 두렵지 않은 듯 영조와 사도 그리고 정조의 이야기까지 3대에 걸친 깊숙하고 농밀한 가족사를 파고들었다. 단순한 왕권싸움에 비롯된 비극이 아니다. 아버지와 아들(父子),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구석구석 헤집는다.

이준익 감독 의해 재탄생된 사도 이야기는 결코 뻔하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평양성'(11)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사극임에도 녹슬지 않는 연출력을 자랑한 그의 마술은 125분 러닝타임 동안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아쉽게 만든다.




내면적 갈등을 통해 본 영조 송강호와 사도 유아인은 복잡 미묘하지만 결코 부담스럽지 않게 관객을 에워싼다. 아들 사도만은 완벽한 환경에서 왕이 되길 바란 아버지 영조를 연기한 송강호는 북과 장구를 치고 아버지 영조의 따뜻한 정을 그리워하는 아들 사도세자 유아인은 그 앞에서 화려한 춤사위를 펼친다. 이 춤사위와 연주는 두 사람을 통해 더욱 구슬프고 애처롭게 전달된다.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의 송우석이 끝인 줄 알았던 송강호의 질주는 '사도'에서 더욱 폭주한다. 송강호가 연기한 영조는 지금껏 수없이 보인 영조의 판을 뒤흔들고 새로운 왕으로서 기준점을 세웠다. 입꼬리 하나 솜털 하나까지 영조의 감정을 표현한 송강호는 또 한 번의 리즈를 경신했다.

'사도' 엔딩에서 보여주는 롱테이크 내레이션은 송강호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대목. 사도가 갇힌 뒤주를 향해 한 발짝씩 내 걷는 영조는 송강호였기에 가능했고 완성됐다. 사무치게 절절하고 애통한 마음에 정신이 혼미해진다.

이런 송강호의 든든한 지원 아래 활개 치는 탕아 유아인은 대체 불가한, 비범한 배우임을 제대로 입증한다. 앞서 '베테랑'(15, 류승완 감독)의 조태오로 1000만 관객을 매료시킨 유아인은 '사도'를 통해 다른 결의 광기를 폭발하는데 위험할 정도로 치명적인 매력을 과시한다. 원형 그대로 박제해 대대손손 물려주고 싶을 정도로 매혹적인 광기를 펼친다.

비극의 중심으로 관객을 밀어 넣는 송강호와 유아인은 엔딩크레딧까지 단 한 순간도 관객의 손을 놓지 않는다. 두 사람의 경이로운 연기는 감탄을 넘어 화가 치밀 정도다.




비단 송강호와 유아인이 이끄는 '사도'이지만 이들 못지않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혜경궁 홍씨 역의 문근영, 사도의 여동생 화완옹주 역의 진지희, 영조의 후궁이자 사도의 생모 영빈 역의 전혜진, 영조의 성은을 입는 문소원 역의 박소담, 늙은 영조의 새 중전 역의 서예지, 영조의 양어머니 인원왕후 역의 김해숙까지 틈새 하나 보이지 않는 앙상블의 끝판왕을 자아냈다.

심지어 아역들까지 손색이 없었던 '사도'. '국제시장'(14, 윤제균 감독) 당시 황정민의 아역으로 활약했던 엄지성이 어린 사도를 연기하는데 성인 배우 못지 않은 호연을 보였다. 또한 정조의 아역을 연기한 이효제 역시 관객의 눈물샘을 쥐어짜는 명연기를 펼쳤다.

올해 1000만 향연을 터트린 '암살'(최동훈 감독)과 '베테랑'(류승완 감독)에 이어 또 한 번의 1000만 축포를 기대하게 하는 '사도'. 3000만 신화가 탄생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인 가족사를 그렸다.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김해숙, 박원상, 전혜진, 진지희, 박소담, 그리고 소지섭이 가세했고 '소원' '라디오 스타' '왕의 남자'를 연출한 이준익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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