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손예진(43)이 결혼과 출산 후 화려하게 복귀했다.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를 통해서다.
영화의 개봉을 하루 앞둔 2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이전에도 주로 드라마로 활약해온 만큼 스크린은 무려 7년 만이다.
손예진은 밝고도 여유로운 미소로 취재진을 맞이하며 “차분한 마음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예매량이 높아 걱정은 줄고 편안한 상태”라고 운을 뗐다.
이어 “이미 해외영화제(베니스·토론토)부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다양한 분들에게 공개됐는데 지금까진 평단이나 씨네필의 평가였기 때문에 일반 관객분들의 반응이 가장 궁금하다”며 “아무래도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는 대로 다 믿지는 않는다. 팔은 안쪽으로 굽을 수밖에 없으니까”라고 웃었다.
특히 남편이자 동료 배우 현빈의 반응을 묻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좋은 이야기만 해주더라. 너무 우리 편이라 믿지 않는다”고 답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남편과 일 적인 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편인데, 이 작품의 시나리오는 줬다. 아무래도 박 감독님 작품이었고, 처음 시나리오를 잃고 형언 불가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의 첫 반응 역시 ‘블랙 코미디인거지?’였다”고 말했다.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는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던 가장 만수(이병헌)가 하루아침에 실직 통보를 받으면서 시작된다. 가족의 풍요를 지키기 위한 그의 몸부림은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입고 점차 스릴러로 확장된다.
‘어쩔수가없다’ 손예진 스틸손예진은 극 중 남편과 가족을 지탱하려 애쓰는 ‘미리’로 분해 풍자와 비극 사이에서 든든하게 균형을 잡는다.
그간 ‘올드보이’의 ‘미도’, ‘친절한 금자씨’의 ‘금자’, ‘박쥐’의 ‘태주’ 뿐만 아니라, ‘아가씨’의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소매치기 고아 소녀 ‘숙희’까지, ‘헤어질 결심’에서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까지, 잊을 수 없는 기묘한 매력의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온 박 감독표 여성 캐릭터들관 전혀 다른 결이다. 사실상 보조자에 가까운 역할.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땐 ‘미리’ 역할이 완성본 보다 분량이 훨씬 적었단다. “내 역할이 아라(염혜란)인가 싶기도 했다”는 그는 “이후에 많은 부분이 추가되고, 바뀌기도 하면서 존재감이 늘어났다”고 했다.
“일단 이야기 자체도 박 감독님의 작품이 맞나 싶었어요. 감독 님의 작품 중 최애가 ‘공동경비구역 JSA’인데 약간 그 때로 돌아가신건가 싶었어요. (웃음) 예상했던 것과, 내가 가진 감독님에 대한 선입견과는 정말 달라서 깜짝 놀랐죠. 물론 뒤로 갈수록 역시나 싶긴 했지만요. 블랙 코미디 같긴 한데 비극적이지만 묘하게 웃기고…되게 흥미로우면서도 내가 맞게 본건가 싶고 그랬어요.(웃음) 첫 인상은 극적인 인간극장? 현실적인 가족의 이야기로 느껴졌고요.”
그러면서 “현실적이면서도 어떻게든 가정을 지키려는, 자식 앞에서는 비뚫어진 모성도 보여주는 그런 인물이다. 가장 성숙해보이고 똑똑해 보이지만, 아이가 잘못되자 파괴되는 모성, 비뚫어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직’에서 시작된 가족 구성원들의 상처, 숨겨진 내밀한 모습들이 다 드러난다”고 소개했다.
사진 I 엠에스팀엔터테인먼트이 영화로 박 감독과 첫 호흡을 맞춘 그는 “소문 대로 감독님의 디테일한 디렉션에 깜짝 놀랐다”고 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것과 영화 전체를 바라보는 시야가 정말 날카롭고 넚으세요. 원하시는 건 명확한데 표현하는 배우 입장에선 굉장히 복잡하고요. 솔직히 처음엔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손예진은 “내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톤, 성향, 습관 등이 있는데 그걸 단박에 파괴하고 다른 디렉션을 주신다. 굉장히 구체적이고 분명해 숨을 곳이 없었다”며 “긴장되고 어렵고 당혹스럽더라. 자꾸 NG가 나는데 스스로도 햇갈리고 패닉이 왔다. 그게 첫 촬영 때 가장 심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에 적응해가니 점점 재밌어졌다. 엄청난 배우 분들도 진땀 빼며 감독님 요구 사항을 다 따르는데 감히 내가 반항할 순 없었다”면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더 감독님이 정말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작품을 볼 때마다 그 마음은 점점 더 커지는 중”이라고도 했다.
‘실직’이라는 키워드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 평생 톱스타로 탄탄대로를 그려온 그녀가 이 비극을, 슬픈 현실을 어디까지 공감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손예진은 “실직을 당한 적은 없지만, 솔직히 언제 실직 당할지 모르기도 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우리 나라는 특히 (연예인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높고 그 기준이 까다로워 항상 조심하면서, 몸을 사리며 지내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며 “조금이라도 도덕적으로 어긋난, 행여 불법을 저지르면 다음 날 바로 실직이다. 그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20년 넘는 기간을 지내온 것 같다”고 솔직하게 토로했다.
그러면서 “처한 상황은 저마다 다르지만, 누구나 자신의 일에 대해 ‘나만 열심히 하면 이 일을 영원히 할 수 있다’는 건 없는 것 같다. 만수가 능력이 없어서 실직 당한 건 아니듯이. 워낙 변수가 많은 세상이라 모두에게 (실직의) 불안감은 늘 존재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어느 순간 실수를 했는데 그게 언제든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는 직업이잖아요. ‘어디가서 절대 실수하지 말아야지’ ‘나쁜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지’ ‘무조건 조심해야’ 늘 생각하죠. 업계 현실도 어렵고, 저의 상황도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저또한 불안감을 느껴요.”
끝으로 ‘현빈’에 대한 보너스 질문이 나왔다. ‘협상’ ‘사랑의 불시착’에 이어 세번째 호흡도 할 의향이 있냐는.
손예진은 특유의 솔직 유쾌한 입담을 뽐내며 말했다.
“저는 당연히 의향이 있지만, 상대방은 모르겠어요.(웃음) 전작 ‘사랑의 불시착’이 너무 큰 사랑을 받았고, 더 좋을 수 없는 예쁜 순간들이 담겼기 때문에 멜로보단 다른 장르에서 만나고 싶어요. 코미디? 그거 너무 재밌을 것 같은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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