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상의 동물 유니콘은 흔히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감상한 시청자들은 박보검이 연기한 양관식을 유니콘에 한다. 박보검은 그 유니콘을 자연스럽게 형상화하며 드라마에 방점을 찍었다. 또한 스스도로 유니콘 같은 행보를 보여주며 앞으로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연출 김원석·극본 임상춘)는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이와 '팔불출 무쇠' 관식이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작품이다. 지난 7일 공개된 1~4부에는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이 유년 시절을 거쳐 결혼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졌다.
박보검이 연기한 양관식은 애순의 뒤를 쫓아다니며 성심성의껏 챙기는 인물이다. 자신의 꿈을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애순이 요망지다면, 그 옆에서 자신의 꿈은 '영부인'이라고 말하는 관식은 순애보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책에서 눈을 떼지 않는 애순의 양배추를 대신 팔아주던 관식은 그렇게 청년이 됐고, 애순을 향한 순애보는 더욱 깊어졌다.
청년 관식을 연기한 박보검은 애순을 향한 변하지 않는 순애보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1살 어린 애순이 바락 대들어도 이를 받아주고, 굴곡진 애순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숨 쉴 공간이 되어 따뜻하게 위로를 건넨다. 지금 시대를 기준으로 해도 쉽게 찾아보기 힘든 캐릭터인데, 가부장적 분위기가 만연했던 시대적 배경과 섬이라는 폐쇄적 공간을 고려하면 많은 사람들이 양관식을 '유니콘'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유니콘은 '폭싹 속았수다'라는 드라마를 완성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김원석 감독은 '폭싹 속았수다'를 "조부모, 부모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표현했다. 그들이 겪은 시절을 보여주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위로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무작정 가난을 전시하거나 당시의 삶을 무조건 힘들었던 것으로 매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품은 드라마가 아닌 다큐멘터리가 된다.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가 되기 위해서는 결국 어느 정도의 판타지가 필요하다. 실제 현실에서는 보기 힘든 관식의 존재는 '폭싹 속았수다'를 다큐멘터리가 아닌 드라마로 완성시켜준다. 중장년의 애순(문소리)이 다시 돌아가도 관식과 결혼하겠다고 말하는 데에는 판타지가 녹아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힘들었던 시기라도 찬란하게 빛이 났고, 마냥 부정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기 때문에 시대를 위로하는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지나치게 판타지적인 측면이 강조된다면 시대극으로서 가지는 가치가 사라질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판타지를 어떻게 얼마나 집어 넣냐는 것이다. 관식이 보여주는 모습이 자칫 비현실적이게 보일 수도 있지만, 박보검은 결정적 순간에 주저하지 않는 행동력, 어떠한 상황에서도 애순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관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그 농도와 빈도를 조절한다.
'폭싹 속았수다' 이전 박보검을 대표하는 캐릭터는 '응답하라 1988' 속 최택이었다. '일편단심'이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최택과 양관식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양관식의 순애보는 최택의 그것과 다르며, 박보검 역시 그 차이를 다양하게 구현하며 성장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직 작품이 4분의 1밖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박보검의 새로운 인생캐를 점치고 있다.
박보검은 양관식이라는 유니콘을 작품에 안착시킨 데 더해 스스로도 유니콘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행보를 예고하고 있다. 먼저 14일부터는 KBS 2TV '더 시즌즈-박보검의 칸타빌레'에서 메인 MC를 맡는다. 제작진에 따르면 박보검은 새로운 시그널 송 작사에 참여하고, 매주 방청객을 위한 플레이리스트를 선정하는 등 엄청난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5월 31일에는 JTBC 새 토일드라마 '굿보이'로 시청자를 만난다. 박보검은 코믹 액션 수사극 '굿보이'를 통해 '폭싹 속았수다'와 달리 청량하고 유쾌한 매력을 선보일 예정이다.
물론, 14일 공개되는 '폭싹 속았수다'의 2막이 가장 먼저다. 애순과 관식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여름날의 이야기 속에서 양관식이 보여줄 '유니콘 모먼트'와 이를 연기할 박보검의 모습에 기대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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