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방영된 TV 드라마 화제성 상위권을 차지한 ‘눈물의 여왕’(1위), ‘선재 업고 튀어’(2위), ‘정년이’(3위)의 주요 장면들(위쪽 사진부터). 갈등을 겪던 남녀가 위기를 헤쳐나가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로맨스 작품의 회차가 화제성 지수 1, 2위를 차지하는 등 사랑 이야기가 큰 인기를 끌었다. 스튜디오드래곤·본팩토리 제공“나는 너 데려갈 거야. 죽여서라도!”
거센 눈발이 쏟아지는 한밤의 설산. 윤은성(박성훈)은 자신을 피해 도망가는 홍해인(김지원)을 향해 소리치며 총 방아쇠를 당긴다. 그때 전남편 백현우(김수현)가 달려와 해인의 몸을 꽉 안는다. 날아온 총알은 그대로 현우의 어깨를 통과한다. 해인은 고통에 신음하는 현우를 안고 울부짖는다. “정신 좀 차려봐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해인을 위해 현우가 온몸을 바친 이 장면은 올해 TV 드라마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TV 화제성 분석기관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분석한 올해 드라마 화제성 조사에 따르면 3년 차 부부의 위기와 사랑을 그린 드라마 ‘눈물의 여왕’ 15·16화(4월 4주)가 총 9만6154점을 얻어 올해 방영된 드라마 중 화제성 1위를 차지했다.
이번 조사는 1월 1일부터 12월 8일(12월 1주)까지 방영된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화제성 점수는 뉴스, 블로그, 유튜브,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온라인 게시물의 정보 가치와 이에 대한 댓글, 조회수, 리트윗 등의 반응을 종합해 산출한다. 단순히 게시 건수만 세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길이, 횟수, 심층 정보 등 드라마를 어떻게 다뤘는지에 대해 가중치를 부여한다. 다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작품이나 예능 프로그램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다층적 화제성 분석 결과 올해 TV 드라마에서는 ‘K로맨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화제성 지수 상위권 대부분이 K로맨스였다. 갈등을 겪던 남녀가 위기를 헤쳐나가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는 회차의 화제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팬 임솔(김혜윤)이 아이돌 가수 류선재(변우석)와 입 맞추는 ‘선재 업고 튀어’ 9·10화(5월 5주)는 9만5789점을 얻어 2위에 올랐다. 배석류(정소민)가 과거 위암에 걸린 뒤 항암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친구인 최승효(정해인)에게 털어놓은 뒤 두 사람이 사랑의 감정을 꽃피우는 ‘엄마 친구 아들’ 9·10화(9월 2주)도 3만3645점을 얻어 4위에 올랐다. ‘눈물의 여왕’, ‘엄마 친구 아들’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의 윤인호 전략커뮤니케이션팀장은 “그동안 OTT에선 스릴러나 공포 등 장르물이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 드라마가 가장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장르는 로맨스”라고 했다.
여성의 성장, 유대 등이 서사를 이끌어가는 작품도 화제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여성 국극 배우 윤정년(김태리)이 무리한 연습을 하다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정년이’ 7·8화(10월 5주)는 4만2457점을 얻어 3위를 기록했다. 성공을 위해 달리는 정년의 절절한 행보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는 평가다. 이혼 전문 변호사를 다룬 ‘굿파트너’ 13·14화(8월 4주)는 3만165점을 얻어 5위에 올랐다.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이 가정폭력 피해자인 여성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회차로 여성들이 서로 연대하는 모습이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TV 드라마 주요 시청자인 30, 40대 여성이 ‘여성 서사’에 반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년이’를 제작한 김선태 책임프로듀서(CP)는 “‘정년이’는 주인공 남자 배우 없이 여성들의 꿈, 열정, 연대, 성장만으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TV 드라마 주요 소비층이 남녀 사이 사랑이 없어도 잘 짜인 서사라면 열광한다는 걸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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