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크라잉넛 한경록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에 소신을 밝혔다.
10일 한경록은 자신의 개인 계정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서강대교 북단이어서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조그맣게 보인다. 뉴스를 보니 비상계엄이 선포됐고, 불과 몇 분 뒤 12월의 평온한 밤하늘을 부서버리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며 장문의 글을 작성했다.
한경록은 "뉴스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앞에서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었다"며 "나와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동료들이 걱정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밤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이후 일주일간 무슨 일을 해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했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지금의 나는 나의 웃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펜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면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하듯 '다 죽자!'고 노래 부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야가 조금 넓어지면서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한경록은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세상을 조금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됐다"며 "내가 선이라고 믿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내가 하고 있는 음악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기보단 지친 영혼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며 "우리 모른 척 하지 말자! 어차피 한 줌 재가 될 인생이다. 불의에 저항하자! 이것은 편가르기식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다. 그날 밤 우리에게서 빼앗아 간 웃음과 자유를 찾아오자! 우리 모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우린 살아있다고"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 경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 계엄령을 선포했다. 이에 국회는 4일 새벽 긴급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오전 4시 30분 국무회의에서 계엄 해제안이 의결되며 계엄이 해제됐다.
이후 7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폐기됐다. 국민의 힘 의원 105명은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안철수, 김상욱, 김예지 의원만 투표했다.
▼ 이하 한경록 글 전문.
지난 12월 3일 화요일 밤에 친구한테 문자가 왔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데?”
속으로 ’2024년에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서강대교 북단이어서 강 건너 국회의사당이 조그맣게 보인다.
정말로 뉴스를 보니 비상계엄이 선포되었고, 불과 몇 분 뒤 12월의 평온한 밤하늘을 부숴버리는 헬기 소리가 들렸다.
믿고 싶지 않았지만 정말 헬기들이 여의도 상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뉴스에서는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앞에서 시민들을 막아서고 있었다. 나와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동료들이 걱정스러웠다. 혼란스러운 밤이었다.
그 이후로 일주일간 무슨 일을 해도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다. 노래 가사처럼 정말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지금 나는 나의 웃음과 자유를 되찾기 위해 펜을 들었다.
내가 자주 가는 술집에 ‘앙리 마티즈‘의 ’춤‘을 오마주 한 그림이 걸려있는 액자에 이런 글귀가 있다.
“편 가르지 말고 사이좋게 놀자.”
나는 이 문구가 좋다.
건전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며 양손으로 균형을 맞춰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 들어 좋다.
어렸을 적에는 세상이 미쳐 돌아간다고 느꼈을 때면 앞뒤 안 가리고 돌격하듯 ’다죽자!‘라고 노래 부르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시야가 조금 넓어지면서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고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버지께서 내게 충고를 한 가지 해주신 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까지 늘 그 충고를 마음속에 되새겨왔다.
“누구든 흠잡고 싶은 맘이 생기거든
이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좋은 조건을 누리고 산 건 아니란 걸 잊지 말아라”’
스콧 피츠제럴드의 말처럼 세상을 조금은 더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선이라고 믿었던 것도 시간이 지나면 꼭 그렇지만은 않더라.
우리는 파도에 흔들리는 부표 같은 인간이지 않나?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내가 하고 있는 음악으로 옳고 그름을 따지려 하기보단 지친 영혼들에게 웃음과 위로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우리 모른척하지 말자!
어차피 한 줌 재가 될 인생이다.
불의에 저항하자!
김수영 님의 시처럼,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이것은 편가르기식의 정치적 메시지가 아니다.
그날 밤 우리에게서 빼앗아간 웃음과 자유를 찾아오자!
우리 모두 노래하고 춤을 추자.
우린 살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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