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균 "'살인의뢰', 아내·가족 생각에 매순간 힘들었다"

글쓴이: 케세라세라  |  등록일: 03.09.2015 13:27:23  |  조회수: 2761
배우는 매력적인 직업이다. 단 한 번 밖에 살수 없는 인생에서 또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제공/배급 씨네그룹(주)다우기술)를 통해 만난 배우 김성균(35)의 생각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배우는 끊임없이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어 지루함이 없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마법의 영역에 속한 일"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영화 '살인의뢰'를 통해 만난 승현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사랑스런 아내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평범한 은행원 승현, 연쇄 살인마에게 아내를 잃은 후 깊은 절망과 분노에 휩싸인 승현을 연기하는 동안 김성균은 실제 자신의 일인 듯 몰입 할수록 감당하기 힘든 아픔을 느꼈다.

이처럼 '살인의뢰'는 일말의 양심도 없는 연쇄살인마 강천(박성웅)에게 가족을 잃은 강력계 형사 태수(김상경)와 평범한 한 남자 승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분명 정의는 실현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외면하고 싶은 현실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살인마에게 가족을 뺏긴 후 남겨진 사람들이 직면하게 되는 절망과 절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절망의 중심에 승현이 있다.

"첫 작품이 '범죄와의 전쟁:나쁜 놈들 전성시대'였던 탓에 주로 깡패 캐릭터 섭외가 많이 들어왔다. 그러다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속 삼천포 덕에 이미지가 다소 희석됐고 덕분에 이번에는 피해자 역할을 할 수 있었다. 이 작품에 끌렸던 이유는 아내를 잃은 후 3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전과 후로 나뉘는 캐릭터의 심경 변화를 연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연기를 꾸준히 하기 위해선 내면 연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살인의뢰' 속 승현이 바로 그런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김성균의 말처럼 승현은 피해자에서 3년의 시간이 흐른 후 핏빛 복수를 다짐하는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그리고 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을 몸으로 표현해야 하는 과제 속에서 김성균은 연기적으로 많은 성장을 일궈냈다.

"사실 승현을 연기하는 내내 우울했다. 실제 내가 경험한 일은 아니지만, 연기일지라도 과거 기억처럼 문득 생각나는 순간이 많았다. 어떤 배우들이 역할에 몰입하면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할 때는 그게 어떤 감정인지 몰랐는데 이번에 승현을 연기하면서 절실히 느꼈다. 내가 승현이 된 것 마냥 연기에 몰입할수록 아내, 가족 생각에 더 힘들었다."



극중 승현의 아내 수경(윤승아)처럼 김성균의 실제 아내도 셋째를 임신 중이다. 더욱 사실감 있게 승현의 고통이 다가온 이유다.

"살인자 캐릭터도 힘들지만, 막상 피해자가 되어 보니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피해자이기 때문에 겪게 되는 그 감정을 적나라하게 담다보니 매순간 힘들었다. 사실 이런 일들은 입 밖에는 내고 싶지 않은, 감추고 싶은 현실 아닌가."

정의가 이기지 못하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 '살인의뢰'는 김성균이 그랬듯 많은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외면해서는 안 된다. 손용호 감독과 김상경 김성균 등 배우들 역시 그걸 원하며 이 작품을 찍었을 것이기에.

"감독님은 '살인의뢰'가 이 사회에 많은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 역시 이 영화를 찍으며 사형제도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됐다. 사형제도도 사람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지만, 피해자 역할을 연기하며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정답은 없지만 관객분들도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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