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추앙해요"..'나의 해방일지', 이상했는데 스며들었다

글쓴이: ringdingd  |  등록일: 05.11.2022 15:37:15  |  조회수: 593


"나를 추앙해요." 처음엔 이상한 줄 알았는데, 점점 '나의 해방일지'에 스며들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박해영 극본, 김석윤 연출)는 그동안 '또 오해영', '나의 아저씨' 등 깊이 있는 이야기를 써왔던 박해영 작가와 드라마 '눈이 부시게', '로스쿨' 등으로 깊은 울림을 선사했던 김석윤 감독이 함께하는 드라마. 견딜 수 없이 촌스런 삼남매의 견딜 수 없이 사랑스러운 행복소생기를 그리며 경기도 어딘가, '수원 근처' 산포시에 거주 중인 세 남매 염창희(이민기), 염미정(김지원), 염기정(이엘)을 주인공으로 한다.

'나의 해방일지'는 극 초반 극도로 우울하다거나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이 이상했던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마음에 점차 스며들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쾅쾅' 두드려대는 바람에 깊은 울림이 이어지는 중이다. 2.9% 시청률로 출발한 이 드라마는 최근 회차인 10회에서는 4.6%를 기록하며 입소문을 탔고, 화제성 면에서도 선전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5월 1주차(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드라마 TV 화제성 부문에서 1위에 등극했다. 손석구와 김지원은 2주 연속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부문에서 나란히 1위와 2위에 올랐다.

이야기는 초반부터 다소 뜬금 없었다. 철저히 주변인으로 보여지고 설정된 경기도민 세 남매의 모습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웠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문제아'처럼 이리저리 불려다니는 염미정의 모습은 더 의아함을 남겼다. 급기야 염미정은 미스터리한 남자 구씨(손석구)에게 "날 추앙해요. 난 한 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 돼"라는 말로 일상성과는 먼 대화의 시작을 알렸다. 사랑을 넘어서 '추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박해영 작가의 신선함이 시청자들에게 의아함을 남긴 것. 극 초반에는 "이상하다" 싶었던 이 대사는 극 후반으로 다가갈수록 주요 키워드이자 드라마를 관통하는 대사로 이어지는 중이다.


주인공들이 각자 갖고 있는 '빈 공간'은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확실하게 잡아냈다. 염미정의 '추앙'에 이어 염창희는 '차'를 갖기 위한 갖은 노력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구씨의 차키를 본 이후 가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으로 구씨에게 노력을 다하는 염창희의 모습이 지친 시청자들에게 묘한 웃음을 준다는 것도 '나의 해방일지'가 가진 의미. 염창희는 극중 그 '차'에 대해 말하며 "내게 아닌 걸 알겠는데, 잘하면 가질 수 있겠다 싶을 때 (심장이) 뛰는 거야. 내가 죽어라 갈망할 때는 저 깊은 곳에서 이미 영혼이 알고 있는 거야. 내 게 아니란 걸"이라는 염창희의 '웃긴' 대사 속에서 시청자들도 답을 얻었다.

"올 겨울엔 누구든 사랑하겠다"던 염기정은 '사랑'이 결핍된 인물이다. 한 번도 사랑을 못해봤다는 그는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고 건너 뛴다"는 속상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 번도 사랑하지 못했다는 염기정의 노력들도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응원을 부른다. 다만, 잘못한 말 한 마디가 상처로 다시 돌아오는 경험까지 하는 그의 모난 모습들도 관계에서의 '정답'보다는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다시 그려지는 중. 애 있는 이혼남, 조태훈(이기우)와의 관계 발전도 역시 응원을 받는 이유다.


'나의 해방일지'는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생각할 거리도, 답안지도 될 수 있는 드라마다. '나의 아저씨'로 이미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보여줬던 박해영 작가는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서는 더 깊어진 시선을 여지없이 발휘하는 중이다. '나의 아저씨'를 통해 '평안'을 전파했던 박 작가는 이번엔 '해방'을 키워드로 들고 나왔고, 세 남매, 그리고 구씨를 포함한 시청자들까지도 결과적으로는 각자의 해방에 이를 수 있는 길을 제시하고 있어 시선을 모은다.

최근 회차에서도 '나의 해방일지'는 각자의 해방을 돕고 구원해나가는 염미정과 구씨의 서사를 천천히 공개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받았다. 불편한 관계에서 신경 쓰이는 관계로, 더 나아가 서로를 '추앙'하는 낯선 사랑의 단계로 나아간 염미정과 구씨. 이들의 순간순간에는 불안한 떨림과 영원히 지속됐으면 하는 설렘이 묻어날 정도. "모든 관계가 노동"이라던 염미정과 그를 조용히 지켜봤던 구씨 사이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추측들도 쏟아지는 가운데, 시청률 그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해방'의 결말에도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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