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 지금 이 순간이 화양연화죠

글쓴이: 케세라  |  등록일: 12.26.2018 09:47:16  |  조회수: 395
해진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려는 조선어학회의 열정을 담은 신작 <말모이> 촬영 후기와 코믹 연기에 대한 소신, 앞으로 살아갈 방향성 등에 대해 특유의 유머러스한 화법으로 공개했다.

■“윤계상, 술 잘 마시는 걸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그는 <소수의견>에 이어 이번 작품으로 윤계상과 두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간 변화가 있었느냐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윤계상이 이전엔 자신을 열어놓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어요. 확실히 현장에서도 겉돈다는 게 느껴졌죠. 그런데 이번에 만나니 더 깊어지고 세월을 잘 묻힌 느낌이 나더라고요. 술도 잘 마시는 걸 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소수의견> 땐 맥주 2잔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져서 얘기만 할라치면 집으로 돌아갔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끝까지 있으면서 소통하려고 하더라고요. 마음을 더 많이 열게 됐어요. 지금 너무 좋아요.”

메가폰을 쥔 엄유나 감독과도 두번째 인연이다. 천만 흥행을 일군 <택시운전사> 작가와 출연배우로 연을 맺은 바 있다.

“한번은 제작사 대표로부터 ‘엄 작가가 날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더라’고 전해들었어요. 인사치레라 생각했는데, 엄 감독이 실제로 그렇게 작업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말맛’을 잘 살릴 것 같아서 그랬대요. 누군가 날 생각하면서 작품을 썼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이에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메시지 또한 좋아서 출연을 결심했죠.”

<말모이> 촬영 이후 자신의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고백했다.

“촬영 현장에서 외래어나 일본어가 상당히 많이 쓰여요. <말모이>를 찍고 난 뒤엔 그런 말을 덜 쓰려 노력합니다. 또 연기를 할 때도 제일 적합하고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찾아 쓰려고 해요. 또 최근엔 서점에 가서 새국어사전 한 권을 샀어요. 몇 번이나 볼진 모르겠지만 사전이 없다는 게 양심에 찔리더라고요. 하하.”

사투리에 대한 소중함도 느꼈단다.

“배우에겐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것도 큰 자산이잖아요. 그런데 방언 사전에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더라면 일제강점기 이후 거의 사라져서 후손은 확인도 못 했을 거예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여요.”

그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또 하나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워 보여요.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점이에요. 아이를 바라보면 애잔하기도 하고 정이 더 가기도 하더라고요. 결혼할 때가 됐다기 보다는 나이가 가져다 준 변화 같아요.”

이번 작품에서 딸 ‘순이’로 등장하는 아역 박예나와 추억도 잊을 수 없다고.

“주변에서도 ‘순이’ 얘길 참 많이 해요. 귀엽고 예쁘다고요. 저도 그 아일 보고 있으면 목화솜도 생각나고, 솜사탕, 탈지면 같다는 느낌도 들어요. 백설기처럼 몽실몽실해 보이기도 하고요. 때 안 묻은 그 나이의 수줍은 얼굴이 진짜 귀엽더라고요. 아들 ‘덕진’으로 나오는 조현도도 참 착한 아이였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에게 정이 많이 갔어요.”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냐고 하니 솔직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순이’에게 가장 소중한 건 스티커였어요. 그걸 정말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선물하는데, 전 그 스티커를 받는 데에 조금 더 시간이 걸렸죠. 하하. 아이라서 비즈니스를 위해 스티커를 주진 않더라고요. 순수하니까요.”

워낙 가깝게 생각했던 아이들이라, 극 중 세상을 떠나기 전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직접 손으로 쓸 땐 울컥울컥했단다.

“감정이 들어가는 소품이라 제가 직접 쓴다고 했어요. 그런데 막상 쓰려니 정말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고요.”

아주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챙기는 것 같다고 하니 ‘그것마저 안 하면 어떡해요’라며 맞받아친다.

“ 그것마저 게을리 한다면 제가 뭘 위해 살아가는지 ‘존재감’이 없어지는 느낌이에요. 스스로에 덜 미안해하려고 열심히 하는 거죠. 나중에 후회를 덜하고 싶으니까요.”

마지막으로 곧 다가올 신년 계획을 물었다.

“올해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는 것 말고는 모든 게 다 감사한 한 해였어요. 맛있는 음식도 사먹고 큰 걱정 없이 살았으니까요. 내년에도 이처럼 잘 걸어가길 바랍니다. 세월을 잘 묻히면서요. 하하. 쉽지 않겠지만요. 여러분도 내년에 좋은 일들 많이 생기길 바랍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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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mamaleon  12.26.2018 12:43:00  

    멋있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