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출신 30대 배우로 산다는 것

글쓴이: lucina  |  등록일: 03.28.2019 09:20:45  |  조회수: 507
모든 사람이 나를 사랑 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조금 더 의연해졌어요." 소녀시대로 한국 연예계에 발을 디딘 후 벌써, 데뷔 12년을 맞이한 최수영.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관객을 만나게 된 그는 아이돌 가수로서 느꼈던 것들과 30대 여성 배우로서 깨달은 것들에 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전했다.

애인을 찾아 나고야에 간 한국인 여행객 유미(최수영)가 우연히 들른 막다른 골목의 카페 '엔드포인트'에서 카페 점장 니시야마(다나카 순스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감성멜로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최현영 감독). 극중 주인공 유미 역을 맡은 최수영이 21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에서 가진 라운드 인터뷰에서 개봉을 앞둔 소감과 작품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걸그룹 소녀시대로 국내에 데뷔, 국내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으로 가요계를 휩쓸었던 수영. 가수 뿐 아니라 드라마 '제3 병원', '연애조작단 시라노', '내 생애 봄날', '38사 기동대', '밥상 차리는 남자'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 성공적으로 안착한 그가 첫 주연 영화 '막다른 골목의 추억'으로 영화 배우로서 발을 내딛었다.

'막다른 골목의 추억'은 '키친' '도마뱀'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 부문으로 초청·상영돼 '가슴 따뜻한 힐링 무비'로 호평을 받았고 지난 2월에는 나고야, 도쿄, 교토, 오사카 등 일본 곳곳에서 순차개봉돼 반복 관람 열풍을 일으켰다. 수영은 극중 오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 받은 뒤 카페 겸 게스트 하우스 엔드포인트에 머물며 상처를 치유해가는 여행객 유미 역 능숙한 일본어 연기와 따뜻한 톤의 연기와 분위기로 관객을 따스히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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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최수영은 첫 주연 영화 개봉을 앞둔 소감을 묻자 "원래 사실 극중 유미처럼 현실감각이 없는 스타일이다. 솔로 앨범을 낼때도 그렇고 주연 영화를 할 때도 그렇고 어떤 타이틀을 생각하지 않고 저지르는 스타일이다. 딱 주연이라고 하니까 내가 책임 져야할 프로젝트라는 걸 이제야 실감하고 있다. 두렵고 떨리는 기분이 동시에 든다"고 답했다.

이미 일본에서 순차 개봉을 한 후 호평을 받은 작품이지만 한국에서 선보이는게 돼 더욱 떨리다는 최수영. 그는 작품을 대하는 한국과 일본 매스컴의 차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일본에서는 아무래도 제가 연기를 해본적이 없다보니까 저를 평소에 매스컴에서 보던 소녀시대 수영으로만 생각하시더라"며 "영화 인터뷰인데도 질문이 무대 언제 다시 볼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았다. 하지만 요시모토 바나나 선생님이 워낙 유명하셔서 문학쪽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 개봉보다는 아무래도 한국 개봉이 더 떨린다. 일본의 포털 사이트는 제가 실시간으로 확인하지 않고 잘모르니까 주변 배우분들이 '너의 기사가 나왔다'고 말해줘야 실감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동료 연예인과 기자분들이 시사회도 많이 와주셔서 이 작품이 진짜 내가 했고 마침내 보여드리는 자리를 갖게 됐구나라고 실감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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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은 원작 소설과 영화의 차이점을 묻자 "사실 소설의 느낌과는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원작 소설을 읽고 받은 느낌과 영화의 느낌은 확실히 좀 다르다. 하지만 영화는 감독님의 세계관이 담긴 작품이기 때문에 소설과 다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 무조건 여성 감독이여야 한다고 제작사 대표님께서 생각했고 저에게 또한 여성 감독, 여성 제작자, 여성 작가의 작품을 했다는 게 큰 의미가 있었다. 오로지 유미의 시선만 따라가는 영화가 참 좋았다. 영화에서는 원작과 달리 남자주인공과의 미묘한 기류를 다 걷어내고 오로지 유미의 정서를 집요하게 따라가는게 좋았다"고 말했다.

극중 유미와 자신의 공통점에 대해서도 말했다. "원작 소설 속 미미와 영화 속 유미 모두 정말 아무 탈 없이 편안하게 살아온 친구다. 평범한 가정 환경에서 엄마 아빠 여동생과 굉장히 행복한 가정에서 평탄하게 살아온 친구인데 그런 모습이 저와 비슷했던 것 같다. 저도 감사하게도 삶을 살아오면서 모진 풍파 없이 살아온 편이다"고 솔직히 입을 연 수영은 "그런데 유미는 이별이라는 인생 최고의 풍파를 겪고 달라진다. 뉴스에 나오는 흉측 사건 사고들을 흉측하게만 느끼지 않는다. 미움과 고통에서 발생하는 사건을 뉴스를 토해 보면서 예전에는 '어떻게 저럴까'라고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어쩌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인물이다"고 설명했다.

자신 또한 유미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게 됐다는 그는 "전에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이제는 얼마나 힘들면 저럴까' '어떤 사연이 있었길래 저런 일을 할까'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됐다"며 "방송에 나오는 수영이라는 사람을 누구나가 다 좋아할 수 없더라. 그런데 과거의 저는 모든 사랑과 공감을 받기 위해 늘 해명하는 삶을 살았었다. 그런데 이제는 '나는 나야' 라는 시선으로 바뀌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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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리고 최근에는 대다수의 연예인들이 꼭 정해진 정답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 느낌이 든다. '나는 나야'라는 아이덴티티가 확고해졌고 대중 또한 그걸 유별나게 보지 않고 '멋있다'고 봐주는 무브먼트가 강해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내게 왜 이렇게 악플이 달리지?' '왜 이렇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지'라고 생각하고 상처받았더면 요새는 좀 의연하게 바뀐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수영은 주인공 유미에 대한 원작자 요시모토 바나나의 반응에 대해 "요시모토 바나나 선생님이 책을 쓰면서 상상했던 미미(유미)의 모습과 똑같았다고 말씀해주셔서 정말 황송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원작 소설 속 미미는 어떻게 보면 '이런 여자가 어딧어?' 라는 생각이 들만큼 둔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제가 연기한 유미는 둔하다기 보다는 상대를 믿는 모습이 더 설득력 있게 비춰진 것 같았다고 요시모토 바나나 선생님이 말씀해주셨다. 책 속 일본 여성이 영화에서 한국 여성으로 바뀌면서 너무 수동적인 여자로 보이지 않게 현실적으로 바뀐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한 30대를 앞둔 주인공 유미가 자신의 나이대와 같아 더욱 공감이 됐다고 고백하며 "제가 작년에 '90년생 최수영'이라는 리얼리리를 했다. 그때 서른을 맞이하는 여성과 그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여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때이기 때문에 제목을 '90년생 최수영'으로 했었다. 이 영화 또한 지금 서른 맞이하는 사람에 대한 가치관이 여성 캐릭터를 통해 보여진다는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비춰졌던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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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여성의 30대에 대해 "30대를 맞이해도 달라지는 건 없더라. 예전에는 30대 여성이라는 프레임에 너무 동화같은 필터를 씌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30대의 나를 상상하며 여유롭게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 하는 언니를, 후배들에게 밥을 사면 내가 먼저 가뿐하게 계산하는 모습 등을 상상했다"며 "하지만 막상 30대가 되어보니 난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고 성장하고 있는 여성이더라. 어떤 완성된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굉장히 쉬워진 느낌이다. 서른이 되도 난 여전히 성장중이라는걸 받아들이니까 여러 도전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영은 "영화에 대한 끝없는 갈망이 있었다. 소녀시대 데뷔 전부터 영화 오디션을 정말 많이 봤었다. 그런데 다 떨어졌었다"고 솔직히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주연작 '막다른 골목의 추억'이 더 의미가 있었다고 전하며 "한일합작이라는 점도 좋았다. 어렸을 때 일본에서 먼저 데뷔를 했다. 일본어가 나의 세컨드 랭귀지이기도 해서 일본에서 연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주연이라는 부담감으로 놓치기에는 아까운 생각도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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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탈락된 오디션에 대해 묻자 "제가 떨어졌던 작품들을 스크린에서 보면 붙은 배우들이 정말 그 캐릭터처럼 보여서 속상하지만 내가 떨어진 이유를 인정하게 되더라. 제게 영화라는 기회가 또 다시 주어진다면 떨어졌던 기억들을 발판 삼아 다시 노력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벌써 데뷔 12년을 맞이한 수영. 그는 데뷔 초와 지금의 자신의 모습을 비교하며 "마음도, 그리고 얼굴도 달라졌다"며 쿨하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어떨 것 같냐는 질문에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과거의 나에게 '니가 연예인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활동하는 후배들을 보면 어쩜 그렇게 노련하게 잘할까 싶다. 어릴때의 나는 내 말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고 또 어떤 말을 해야 사람들이 좋아하는지 몰라서, 그냥 되는 대로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다. 내 자신을 보호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여우같이 못했던 점이 분명히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때는 '대중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길 원하는 걸까' '수영에게 원하는 정답이 있는 걸까. 내가 그 정답에서 벗어난 말을 하면 싫은 걸까'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했다. 계속 사랑만 받으려고 애썼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평가가 두려워서 잠적아닌 잠적을 택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고민에 대해 묻자 "지금 고민은, '가수 출신이 아니어야만 하는 역할에도 선택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이다. 가수 출신이라면 선택될 수 없는 역할이 암묵적으로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수 출신 연기자에 대해 "가수 출신이라는게 단점과 장점이 둘다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가수 출신이기 때문에 어떤 배역을 맡는데 무조건 벽이 있다고만은 생각하지 않는다. 가수이지만 배우로도 활약하는 임시완, 도경수같은 친구들이 있지 않나. 배역과 연기라는 건 결국에는 본인이 뛰어넘어야 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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