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해 2월 배우 한혜진(가운데)씨를 '2018 한우 홍보대사'로 위촉했다./사진=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
[파이낸셜뉴스] 배우 한혜진씨(36)가 영국에서 축구선수로 활동하고 있는 남편 기성용씨의 이사를 이유로 사전에 정해진 행사에 불참해 억대 위약금을 물게 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김선희 부장판사)는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회)가 한혜진씨와 SM컬처앤콘텐츠(SM C&C)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한씨만 원고에게 2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한우산업의 발전을 위해 설립된 단체인 위원회는 2017년 11월 ‘2018 한우 홍보대사’를 위촉하고자 광고대행사 선정 입찰공고를 냈다. 제안요청서에는 한우홍보 대사는 △1년간 3회 이상 행사 참여 △설·추석 청계광장 직거래장터, 대한민국이 한우먹는 날(한우데이) 행사에는 필수로 참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광고대행사로 선정된 SM C&C는 한씨를 광고모델로 섭외했고, 위원회는 지난해 1월 한씨와 홍보대사 활동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1년간 모델료 2억5000만원에 위원회의 광고 촬영 및 행사에 참여하며, 한씨가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모델료의 두 배를 배상한다는 조항을 뒀다. 다만 부득이한 사유로 계약이행이 불가능할 경우엔 이를 양해하고, 모델료 반환 등에 상호 협의하기로 했다.
■"남편 있는 영국서 이사가야" 행사 불참
위원회는 지난해 6월 SM C&C를 통해 한씨에게 추석 무렵 청계천에서 열리는 한우직거래장터 및 한우데이에 참석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씨는 ‘남편 기성용이 활동하고 있는 영국에서 이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로 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SM C&C는 같은 해 8월 한씨의 소속사에 “추석 직거래장터와 한우데이 행사 참석은 애초부터 얘기됐던 내용”이라고 전했고, 두 달 뒤에 재차 “갑자기 잡힌 행사도 아니고, 계약초기부터 3번의 행사 참가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통지했다. 이후 한씨에게도 이메일과 전화로 행사 참석 요청과 불이행시 향후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알렸다. 그러나 한씨는 이미 불참을 통보한 뒤였고, 끝내 행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위원회 측은 한씨는 물론 SM C&C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이들에게 계약 위반에 따른 총 5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 측은 “계약상 행사 횟수만 3회로 명시됐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한우먹는 날 필수 참석이라는 내용은 없었다”며 “제안요청서는 계약 내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법원 "부득이한 사유 아냐..계약 위반"
법원은 한씨가 계약을 위반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위원회는 SM C&C를 통해 계약 체결 전후 한씨에게 한우 먹는 날 행사가 매우 중요한 계약상 의무임을 강조하면서 행사 참석을 수차례 요구했다”며 “한씨는 부득이한 사유가 없는 한 행사에 반드시 참석해야 할 계약상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씨는 계약 당시부터 지난해 11월 한우 먹는 날 행사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그해 6월부터 참석 요구를 받았으나 일정을 관리하는 소속사가 있음에도 해외에서의 가족 이사를 이유로 불참했다”며 “이는 부득이한 사유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재판부는 한씨가 앞서 두 번의 행사에는 참석했고, TV, 라디오 광고 촬영 등은 마쳤으므로 위약금 5억원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판단, 위약금 액수를 2억원으로 감액했다.
SM C&C에 대해서는 “한씨에게 위원회 측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 계약에서는 의무불이행시 손해배상책임은 한씨가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이라며 계약상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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