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달달한 실제 남녀 커플의 사랑이야기만이 아니었다. MBC 예능 <부러우면 지는 거다>에 최송현, 이재한 커플이 최송현 부모와 처음 만나 식사를 나누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이 담아내려는 사랑의 폭이 훨씬 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사실 누구나 사랑하는 사람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건 떨리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늘 든든하게만 보였던 이재한은 약속 장소로 나가는 동안에도 떨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고, 먼저 식당에서 기다리면서도 초조해보였다.
드디어 최송현의 아버지와 대면한 이재한. 입만 열면 어록이라던 멘트도 긴장감에 실종되었다. 손수 직접 깎아서 마련한 만년필을 선물하면서도, 아버지가 툭 던지는 "생각보다 가까워 보이는 것 같다"는 그런 말 한 마디에도 이재한은 잔뜩 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딸을 전적으로 믿는 아버지였다. 그래서 딸의 선택 역시 아버지는 신뢰하고 있었다. 아버지는 칸트의 행복론을 이야기하며 "제일 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건 일종의 덕담이었다. 이재한의 말은 최송현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으로 채워졌다. 최송현을 보고 있으면 아버님, 어머님도 존경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했다.
일부러 그런 듯 최송현과 어머니가 자리를 비우자 이재한과 아버지 사이에는 다소 데면데면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런 어색함은 조금씩 풀어졌고 드디어 아버지는 "결혼하게 되면 서로 아끼면서.."라고 말했다. 그 말 속에는 에둘러 표현한 결혼에 대한 승낙이 담겨 있었다. "재한아. 언제 사적으로 술 한 잔 하자."
아버지가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무게감이 느껴졌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이재한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였다. 지난 방송에 나왔듯, 이재한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도 자네는 추억할 수 있는 아버님이겠다"며 자신은 "아버님이 한 살도 안돼서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비슷한 입장의 동감을 표현한 최송현의 아버지는 "그래서 아빠의 역할이 뭔지 잘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 날 그 자리를 나서면서 "나는 딸만 셋인데 착한 아들 하나 생길 수도 있겠네"라는 아버지의 말은 사랑과 결혼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인연으로 이어지는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밖으로 나와 걷는 이들의 모습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졌다. 앞서서 두 손을 꼭잡고 걸어가는 최송현의 부모와 그 뒤를 역시 손잡고 걸어가는 최송현, 이재한의 모습이 그렇게 이어지는 인연의 고리를 말해주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재한은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하며 "엄마 아빠와 너무 비슷하시다"라고 했다. 아마도 이재한은 자신의 아버지가 부재한 그 빈자리에서 최송현의 아버지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송현이를 만나면서 많이 궁금했었거든요. 쟤의 밝은 저 면이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누가 저렇게 주셨나. 사실 사람이 자라면서 제일 많이 보는게 자기 가족이잖아요. 오늘 부모님 보고 나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었죠. 어머님 모습 그대로고 아버지 모습 그대로였으니까. 사랑을 아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사랑스러운 것 같아요. 오늘 진짜로 아버지 생각 많이 났습니다."
최송현 또한 이재한의 아버지가 남긴 빈자리를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저도 오빠의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하며 울먹였다. "오빠가 아빠를 많이 그리워하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아빠가 오빠한테 따뜻하고 좋은 아빠가 돼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았는데 오늘 아빠가 그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아빠랑 오빠랑 서로한테 좋은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그리고 결혼해 그 가족이 되는 일련의 과정들은 물론 당사자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지만, 거기에는 무수히 보이지 않는 관계와 인연들이 겹쳐져 있다. 최송현과 이재한 커플의 이야기가 뭉클해진 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마치 그 자리에 이재한의 아버지가 함께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그런 느낌이 주는 뭉클함.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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