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 철옹성 뚫은 방탄소년단, 뒷날도 기약할 수 있다는 것

글쓴이: 패코만  |  등록일: 03.16.2021 10:07:02  |  조회수: 206
그룹 방탄소년단(RM, 진, 슈가, 제이홉, 지민, 뷔, 정국)이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철옹성을 뚫고 유의미한 황금빛 이정표를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3월 14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Dynamite'(다이너마이트) 라이브 무대를 선보였다.

지난해 8월 발매된 'Dynamite'는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포함 글로벌 음악 차트 1위를 석권한 히트곡. 방탄소년단은 전 세계 활력을 전파했던 이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하며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해리 스타일스, 두아 리파 등 내로라하는 팝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래미 어워드' 상징인 거대한 그라모폰(최초의 디스크 축음기) 앞에서 무대의 포문을 연 방탄소년단은 그라모폰의 나팔관 안에서 '그래미 어워드' 포토월로, 또 서울 영등포구 소재 고층 건물로 장소를 옮겨 가며 서울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그래미 어워드'를 연결하는 공연을 구성했다. 건물 옥상에 설치된 헬기 이착륙장에서 아름다운 서울의 야경과 함께한 웅장한 규모의 엔딩 퍼포먼스는 단연 압권이었다.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방탄소년단은 단독 무대에 그치지 않고 후보 지명의 영예도 누렸다. 'Dynamite'로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것. 방탄소년단은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Rain on me'(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아이버의 'Exile'(이그자일), 저스틴 비버와 퀘보의 'Intentions'(인텐션스)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쟁했다. '그래미 어워드' 심사위원단 평가를 거쳐 선정된 수상자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였다.

방탄소년단이 올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보여준 선전은 결코 '불발'이라는 두 글자로 국한할 수 없는 거대한 성취다. 그도 그럴 것이 레코딩 아카데미가 1959년부터 주최해 온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을 이루는데 개중에서도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으로 꼽힌다. 내로라하는 음악산업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후보 지명만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로 통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미네이트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분기점을 새겼다는 점 역시 자명하다. 그간 '그래미 어워드'에서 좀처럼 거론되지 않았던 한국 출신 대중가수이자 보이 밴드임에도 당당히 후보에 오르고, 시상식이 끝나가는 시점에 단독으로 공연을 펼침으로써 국적이나 언어, 장르 등을 초월하는 음악성과 영향력을 겸비한 가수라는 사실을 몸소 입증했기 때문. 방탄소년단은 이날 공연으로 아시아 가수 최초 미국 3대 시상식 단독 무대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현지 주요 매체들은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보다는 단독 공연 그 자체가 갖는 의미를 집중 조명했다.


미국 에스콰이어는 15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에서 공연을 펼친 것은 그들의 존재감이 트로피보다 더 크다는 증거"라며 "최우수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에서 상을 받지 못했지만 에너지 넘치고 흠잡을 데 없는 공연으로 장시간 방송된 '그래미 어워드'를 다시 살아나게 했다. '그래미 어워드'를 위해 방탄소년단이 다시 시상식에 오길 바란다.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그래미 어워드'가 방탄소년단을 더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롤링스톤은 15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그래미 어워드'의 오프닝이나 엔딩을 장식했어야 했다"고 평했다. LA타임스와 빌보드는 방탄소년단의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지명에 쏠린 뜨거운 관심과 팬들의 반응을 언급하며 "방탄소년단이 수상했다면 K팝의 큰 성취로 기록됐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팬들은 SNS 상에서 'scammys'(스캐미스, 사기 그래미라는 의미)라는 해시태그로 '그래미 어워드'가 방탄소년단에게 적절한 상을 주지 않고 공연자로만 초대해 그들의 인기를 이용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방탄소년단 역시 '그래미 어워드' 후보 지명과 단독 무대의 기쁨과 영광에 주목하며 '2022 그래미 어워드' 재입성을 꿈꿨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직후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쟁쟁한 글로벌 뮤지션들과 함께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 공연까지 펼쳐 매우 영광스럽다. 의미 있는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실시간 방송을 통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상을 못 받은 건 (미국에) 직접 가서 받으라는 뜻 같다"며 "기사가 (수상) 불발이라고 난 걸 봤는데 사실 불발이 아니라 단독 무대를 하고 노미네이트가 된 거다. 우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가 해냈다. 충분하다. 아쉽지 않다면 당연히 거짓말이지만 진짜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미와 방탄소년단이 함께 너무 대단한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즐거웠고 행복했다. 우리가 상을 못 받아서 여러분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지금 여기까지 왔다"며 "물론 아쉬움이 남지만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그래미 어워드' 무대도 서보고 노미네이트도 됐다. 여러분이 아니었다면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드린다. 또 자극이 된다"며 "올해 좀 더 열심히 하면 내년에는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22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도 도전해보겠다는 예고가 결코 허황된 포부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방탄소년단의 지난 행보에 있다. 2013년 당시 중소 기획사였던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속 보이그룹으로 데뷔한 이들은 8년간 양질의 음악과 무대를 토대로 신인상, 음악 방송 1위, 체조경기장 입성, 고척돔 입성, 주경기장 입성, 해외 스타디움 투어, 미국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빌보드 200, 핫 100) 1위 석권 등 꿈꿔온 목표를 차근차근 실현했다. 어느 것 하나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부단히 흘려낸 피 땀 눈물을 토대로 어김없이 이뤄냈다. 뒷날을 기약할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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