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우리 드라마인데, 중국 제품이 PPL로 등장한다?
게다가 그 제품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유통되지도 않는 제품이라면, 어딘지 이상하다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지금 현재 우리네 드라마 속에서 벌어지고 있다.
연초에 방영됐던 tvN 드라마 <여신강림>에 주인공들이 편의점에서 ‘훠궈 컵라면’을 먹는 장면과
중국어로 적힌 버스정류장 광고판이 등장했을 때, 시청자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중국 제품들까지 우리네 드라마 속 PPL로 들어온다는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의 표현이었다.
그런데 그 때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 여건 상 PPL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는데다,
외국 제품이 PPL로 등장하게 된 이유가, 그만큼 우리네 드라마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불편해도 그러려니 했다.
중화권에서 워낙 우리 드라마를 챙겨 보는 이들이 많고, 이를 통해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이 유행이 되기도 하는 터라,
중국제품 PPL이 우리 드라마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 tvN 드라마 <빈센조>에 들어간 송중기와 전여빈이 뜬금없이 ‘차돌박이돌솥비빔밥’이라
한글로 표기된 중국 컵밥을 꺼내 먹는 장면은 그저 불편한 정도를 감수하며 넘어갈 수준이 아니었다.
훠궈야 중국 음식이니 그러려니 할 수도 있겠지만, 비빔밥은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의 비빔밥이 마치 중국 것이나 되는 양 오인 받을 수 있는 제품 PPL이 아닌가.
이 장면이 나간 후 한 네티즌이 중국에는 ‘한국식김치돌솥비빔밥’이라고 문구가 적힌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고 밝힌 사실은
시청자들을 더욱 공분하게 만들었다.
그 문구는 김치나 비빔밥이라는 우리 고유의 음식 앞에 ‘한국식’이라는 말도 안되는 수식어를 붙여
그것이 마치 우리 것이 아닌 것처럼 오인하게 만드는 표기이기 때문이다.
이런 표기 문제가 민감하게 된 건, 최근 중국이 펼치고 있는 이른바 ‘전파공정’ 때문이다.
마치 전 세계의 문화가 자신들의 것이라도 되는 양, 김치도 자기 것이고 한복도 자기 것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전파공정은 그저 몇몇 사람들의 일탈이 아니라 정부까지 관여되어 있는 조직적인 문화 침탈 행위다.
이런 상황에 중국 제품 ‘비빔밥’을 우리 드라마에서 버젓이 PPL로 세운다는 건 너무나 생각이 없는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이 제품은 한국 브랜드인 청정원과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가 합작으로 만든 중국제품이라고 한다.
아마도 이런 식의 합작이 우리네 기업과 중국 기업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여겨지는데, 제아무리 비즈니스라고는 해도
그 표기 문제에 있어 향후 오해의 소지들이 만들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사전 숙고가 필요하다는 걸 이번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PPL은 알다시피 드라마에 있어서 필요악이다. 제작을 위해서는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지만,
너무 과도하거나 아예 어울리지 않는 PPL은 드라마 몰입 자체를 깬다는 점에서 오히려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중국제품(그것도 국내 유통되지 않는)이 뜬금없이 우리 드라마에 들어오는 그 이물감도 참기 힘든 일인데다,
원조 논쟁의 빌미마저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버젓이 세운다는 건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네 드라마에 외국제품들이 PPL을 싣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위상이 높아졌다는 반가운 의미일 수 있다.
하지만 높아진 위상만큼 그만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해보면, 필요악인 PPL을 넣는다고 해도
책임의식 또한 필요하지 않을까.
파문이 커지자 <빈센조> 측은 부랴부랴 중국 비빔밥 PPL 잔여분에 대한 취소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제 글로벌 위상을 갖기 시작한 K드라마 제작자들은 PPL에도 그만한 개념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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