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후 가장 신나게 연기한 캐릭터였어요. '빈센조' 하길 잘했죠."
5월 2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빈센조'(극본 박재범/연출 김희원)는 단언컨대 배우 송중기의 필모그래피에서 오래도록 빛날 작품이다. 악당보다 독한 다크 히어로 빈센조로 분한 송중기는 액션이면 액션, 로맨스면 로맨스, 코믹이면 코믹까지 다양한 장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3월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송중기 역시 빈센조를 인생 캐릭터로 꼽았다. 스스로에게 냉철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에게 많은 칭찬을 해줬다는 그는 "대중, 시청자 분들, 업계 관계자 분들이 어떻게 바라봐주시는지 모르겠지만 송중기라는 사람한테 빈센조는 인생 캐릭터가 맞는 것 같다. 내가 부족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품 활동을 하며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였던 건 사실"이라며 "지금까지 같이 한 감독님과 작가님, 다른 동료 배우 분들에게는 죄송한 이야기이지만 가장 신나게 연기했던 캐릭터였던 건 맞다. '빈센조'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송중기의 역할명이 곧 드라마 제목이었던 만큼 작품 흥행에 대한 부담감이나 책임감이 적지 않았을 법도 한 상황. 송중기는 듬직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며 완성한 작품이기에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고 털어놨다. 그도 그럴 것이 '빈센조'는 장준우(옥택연 분), 최명희(김여진 분), 장한서(곽동연 분), 한승혁(조한철 분) 등 빌런들에 대한 빈센조의 통쾌한 복수극을 골자로 하면서도 빈센조 사단인 이른바 '금가패밀리'를 구성하는 다수의 조연 캐릭터들까지 흥미롭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부담이 없었던 작품도 처음인 것 같아요. 물론 타이틀롤을 맡았고, 제목 자체가 제 역할명이라 부담이 아예 안 될 수는 없었겠지만 드라마 에피소드들이 금가프라자 사람들과 함께 진행됐듯 실제로 저도 금가프라자 역할을 맡은 배우 분들과의 결속력이 상당히 깊게 생겨 외롭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부담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될 것 같아요. '다 같이 재밌게 잘 놀았다'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실제 내 마음이고요."
'빈센조'는 다수 시청자들 사이에서 '송중기 입덕 드라마'로 통한다. '입덕'이란 한 사람이나 분야에 깊이 몰입해 팬이 된다는 뜻이다. 송중기는 연기력은 물론 외모 면에서도 진가를 발휘하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송중기의 호연과 비주얼이 곧 드라마의 개연성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고, '송중기를 위한, 송중기에 의한 드라마'라는 극찬도 심심치 않게 발견됐다.
"방송할 때마다 회사 식구들한테 호평 관련 이야기를 들었어요. 요즘 워낙 현장에 젊은 스태프들이 많아서 인터넷에서 어떤 신, 부분이 화제가 되는지 바로 들을 수 있었죠. 그래서 감사하게도 인기를 많이 실감할 수 있었어요. 그런 피드백을 받으면서 현장에서 배우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어요. 쑥스럽긴 한데 솔직히 많이 실감하면서 현장에서 계속 촬영을 했죠."
외모 칭찬에 대해서는 "항상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몸을 못 가누겠다"며 미소 지었다. 송중기는 "따로 외모 관리 비법은 없다. 아무래도 내 분량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동료 배우들도 '힘들 텐데 왜 이렇게 안 피곤해 보이냐'는 말을 많이 했다. 비법은 아니지만 8개월 동안 진짜 깔깔대고 너무 많이 웃었다. 스스로 진심으로 즐긴 현장이었다. 전날 새벽까지 촬영하면 나도 사람이니까 '오늘 촬영 취소되고 좀 쉬었으면 좋을 텐데'라고 생각할 법 한데 이번에는 아침에 눈 뜨면 빨리 가서 스태프들, 배우들과 놀고 싶었다. 진심으로 즐겼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빈센조 어머니 오경자(윤복인 분)와 만나 그의 진심을 듣는 신을 꼽았다. 송중기는 "어머니 역할을 맡아주신 윤복인 선배님과의 휠체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과적으로 대본에 나온 것과 내가 다르게 연기했다. 대본에서는 엄마의 진심을 확인하고 슬프지만 슬픔을 꾹꾹 참는다는 게 지문에 나온 내용이었는데 현장에서는 그게 안 되더라. 선배님의 대사를 듣는데 못 참겠더라. 그래서 작가님이 써주신 의도와는 다르게 표현된 신인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 작가님, 감독님께서 내 감정 상태를 존중해줘 그렇게 표현이 됐다"고 회상했다.
"몇십년 만에 만난 엄마의 진심을 듣는 장면이었는데 눈물 참는 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신이에요. 또 장례식장 장면도 많이 기억에 남는다. 빌런들을 처리하고 어머니 장례식장에 갔는데 그 장면은 오로지 전여빈 배우 때문에 기억에 남아요. 아무래도 주연이라 빈센조에 포커스를 맞춰 촬영이 된 장면이었고, 제 바스트를 찍는 장면이라 전여빈 배우는 카메라에 안 걸리는 상황이었는데도 리허설부터 계속 울고 있더라고요. 그때 너무 고마웠고 덕분에 감정이 잘 잡혔어요. '참 성실한 배우구나', '진심이 있는 배우구나'라는 사실을 그 장면을 찍을 때 더 많이 느꼈어요. 그때 전여빈 배우한테 좀 많이 반했죠. 너무 마음이 예뻐서 (전)여빈이한테도 많이 표현을 했어요. 그래서 더 기억에 남고 그 장면을 좋아해요."
빈센조와 홍차영(전여빈 분)의 러브라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로맨스 찬성파, 반대파가 대립했던 것. 송중기는 "나도 좀 들었다. 러브라인이 없길 바라는 분들도 많이 계셨던 것 같고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던 것 같은데 현장에서 스태프들이랑 이야기할 때도 그랬다. 개인적으로 난 그런 다양한 의견이 있는 걸 즐기는 편이다"고 말했다.
가장 호흡이 좋았던 동료 배우는 전여빈이었다. 송중기는 "무조건 홍차영 역의 전여빈 배우"라고 밝혔다. 이어 "다른 배우들이 삐쳐도 상관없다. 전여빈이 연기한 홍차영 캐릭터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개인적으로도 진짜 매력 있다고 느낀 캐릭터라 같이 연기하면서도 너무 정이 많이 들었다. 전여빈 씨, 홍차영 캐릭터 둘 다 정이 많이 들었다. 무엇보다 케미스트리가 최고 높지 않았나 생각한다. 호흡이 제일 좋았다. 무조건 1등이다. 다른 캐릭터는 그다음이다. 선배님들이 아마 기사 보고 삐쳤다고 문자 보낼 텐데 상관없다"며 웃었다.
전여빈과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메이킹 영상도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당시 송중기는 한복을 입은 전여빈에게 "예쁘다", "(전)여빈아 사극 꼭 해라"라고 칭찬했다. 메이킹 영상까지 화제가 된 것이 부담스럽지 않았냐는 물음에 송중기는 "부담스러운 건 전혀 없었다. 여빈이한테 예쁘다고 사극을 하라고 말하는 장면이 메이킹에 나왔던데, 사실 촬영할 때 메이킹 촬영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난 현장에서 솔직하게 행동하는 편이라 그렇게 했고 그러다 보니까 메이킹에 진짜로 한 이야기가 나간 것"이라고 답했다.
"전여빈 배우가 사극 복장을 입고 나왔을 때 제가 한 말만 메이킹에 나가서 그렇지 분장팀부터 촬영팀, 조명팀, 주변 배우 분들 다 전여빈 배우 사극 꼭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 이야기는 감독님과 잡지 촬영을 할 때도 했던 이야기고요. 현장에서 계속 하던 말들이 메이킹에 나가 화제가 된 것 같고 특별한 건 없었어요. 어쨌든 그런 것들까지 화제가 됐다는 건 드라마를 사랑해 주셨다는 뜻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담은 전혀 없었고 감사했죠. 드라마를 사랑하니까 그런 부분들까지 좋아해 주시지 않았나 생각해요."
촬영장에서 송중기는 단역 배우들까지 살뜰히 챙기며 '송반장'이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는 후문. '빈센조'에 함께 출연한 배우들은 종영 소감 혹은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송중기에게 고마움을 드러내며 그와 관련된 미담을 공개했다.
"현장에서 그냥 제 별명이었어요. 마음에 드는 별명이었죠. 선배님들도 그렇고 다 좋은 의미로 절 치켜세워주셔서 괜히 더 그렇게 불린 것 같고요. 우리끼리 그렇게 꽁트를 하며 많이 놀았어요. 되게 재밌었고, 즐기려고 했죠. 선배님들, 동료, 후배들이 잘 따라와줘 진심으로 재밌었던 현장이었어요. 실제로도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빈센조'를 통해 정말로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얻은 것 같아요."
5월 2일 공개된 tvN 예능 '출장 십오야' 빈센조 편 역시 동료 배우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송중기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 성사된 방송이었다. 송중기는 "나영석 PD님이 바쁘신데 와주셔서 성사가 됐다. 내가 스튜디오드래곤 담당 PD에게 이야기를 해 한 번 타진을 해보라고 이야기했다. 배우 분들과도 다 이야기를 해서 그렇게 성사가 됐다"고 설명했다.
"아시다시피 드라마 마지막 촬영 때는 시간 싸움이라 정말 정신이 없거든요. 그 와중에도 배우들과 다 같이 모여 다 같이 '짠' 하고 끝내고 싶었어요. 요즘 (코로나19 여파로) 사적으로는 많이 못 모이니까 나영석 PD님의 '출장 십오야'가 생각이 났죠. 원래 빌런 역의 배우 분들까지 다 함께 하는 거였는데 워낙 현장이 A팀, B팀으로 나뉘는 상황이라 도저히 안 돼서 금가프라자 배우 분들과만 함께하게 됐어요. 배우 분들과 함께 모여 작품을 마무리하고 싶었고, 그걸 나영석 감독님이 받아주신 거죠.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어요.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시청자 분들도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 감사해요."
마지막 회에서 최명희(김여진 분), 장한석(옥택연 분), 한승혁(조한철 분) 등 악당들은 자신들의 행적에 걸맞은 처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칼로 찔리는 장면, 계단이 피로 물드는 장면 등이 방송됐고, 일부 시청자들은 19세 이하 시청 불가 사전 고지 없이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내보낸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중기는 "현장에서도 반응이 다양하게 갈렸다. '잔인하다', 혹은 '아니다'로. 방송이 나갔을 때 많은 분들의 다양한 의견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어차피 다 취향 차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전혀 잔인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더 세게 나가도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극악무도한 행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그렇게 처단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악을 많이 행한 그런 캐릭터들을 그 캐릭터에 맞게 처단했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하는 결말"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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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 일색인 작품이었지만 중국 비빔밥 PPL 논란이 옥에 티로 남았다. '빈센조' 제작진은 8회에서 빈센조가 홍차영 변호사 사무실에서 중국산 인스턴트 제품인 차돌박이 돌솥 비빔밥을 먹는 장면을 공개해 비판받았다. 중국의 기막힌 동북공정이 한창인 시국에 우리나라 고유 음식인 비빔밥이 마치 중국인 것처럼 오인되는 데 기여할 법한 중국 제품 PPL을 내보낸 것이 적절치 않았다는 지적이었다. 제작사 측은 사과 없이 문제가 된 장면을 티빙과 넷플릭스 등 OTT 사이트(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이트)에서 삭제 조치하는 데 그쳤다.
송중기는 "주연 배우만 더 PPL에 주의를 기울이는 게 아니니까 주연 배우 이런 걸 떠나서, 지극히 배우 입장에서도 (제작사가 배우들과) 같이 상의해서 (PPL을)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도 다시 한번 들었다. 어쨌든 중간에 우리 드라마에 PPL 논란이 있었는데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드라마 외적 논란이 생겨서, 그럴수록 더더욱 전 드라마 내적 완성도를 만드는 데 훨씬 더 많이, 많이가 아니라 최고 많이 노력을 기울였다. 외적인 논란이 어쨌든 있었으니 실망하신 분들이 계시면 내적인 드라마 자체의 매력으로 다시 한번 신뢰를 얻어보자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절 많이 지배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현장에 더 집중하려고 노력을 했죠. PPL 논란으로 인해 실망하신 분들이 계시다면 물론 제가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이나 로고스필름은 아니지만, 주연 배우로서 사과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 같은 옥에 티를 제외하고 나무랄 데 없었던 명작이었던 만큼 시즌2 제작을 바라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은 상황. 아쉽게도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송중기는 "시즌2 얘기는 전혀 없다.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시즌2를 바라는 분들이 계신다는 의미라 감사하다. 현실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없다. 내부적으로 시즌2 이야기가 나올 일은 내가 봤을 때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승리호'에 이어 tvN 드라마 '빈센조'까지 2연타 흥행에 성공한 송중기는 5월 7일 오후 8시 하이스토리 디앤씨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송중기, Live’를 생중계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이어 이달부터 국내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중단됐던 영화 '보고타' 촬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2연속 흥행에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다른 분들이 평가해주시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평가해주신다면 감사하고, 개인적으로는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너무 즐기며 최선을 다했던 작품이라. 차기작은 아직 정한 게 없어요. 이번 달 말부터 '보고타'라는 영화를 찍어요. 코로나 때문에 제작 중단됐던 영화 촬영을 한국에서 시작해요. 콜롬비아에 갈 수 없는, 해외 촬영이 너무나 어려운 상황인데 기술적인 건 스태프들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해요. 이 어려운 시국에, 제작자 분들이나 투자하신 분들 상심이 얼마나 크시겠어요. 전 주연 배우로서 어떻게든 잘 마무리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5월 13일 진행되는 57회 백상예술대상에서는 최우수연기상 부문 후보로 올랐다. 송중기는 김수현(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신하균(JTBC '괴물'), 엄기준(SBS '펜트하우스') 이준기(tvN '악의 꽃')와 경합한다.
"후보에 올라 참석할 예정인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너무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물론 상은 받으면 좋고 안 받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요. 일단 전 즐기러 갈 거예요. 제가 후보에 오른 것보다 더 집중하고 있는 부분은 드라마 연출상에 감독님이 오른 것이에요. 그걸 더 지켜보고 있어요. 전 상을 받든 안 받는 결과에 따라 자연스럽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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