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여파가 방송계에도 미치고 있다. 방송인의 확진이 이어지면서 방송가 방역의 안전성과 형평성 등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방송계 안팎에서는 “강화한 방역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줄줄이 확진에 “방송가도 변화 필요”
방송인 광희는 한 유튜브 방송에서 대면으로 방송을 진행할 땐 입이 보이는 마스크를 썼다. 사진 유튜브 '네고왕' 캡처
최근 스포츠 스타 김요한·모태범·박태환·윤동식·이형택이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모델 겸 방송인 한혜진이 연쇄 확진이 되면서 방송계 방역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기 있는 방송인이 여러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하는 업계 특성상 줄줄이 확진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그동안 방송계는 마스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방역 당국과 각 지자체의 ‘코로나19 방역 강화를 위한 마스크 착용 방역지침 준수 행정명령’은 마스크 미착용에 따른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방송 출연을 예외 상황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연자 얼굴을 시청자 등에게 보여야 하는 업계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연예인도 방송할 때 마스크를 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다. “코로나19가 연예인을 분별해서 퍼지는 건 아니다”라는 지적이었다. 일부 연예인은 시상식이나 드라마 뒤풀이 등에서 마스크 착용과 같은 방역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비판은 방역 형평성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최근에는 일부 아이돌이 공연 전 화장이 번질까 봐 마스크를 얼굴에 완전히 밀착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모습도 10대 위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지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애초에 마스크를 쓰는 목적이 코로나19 감염 방지인데 쓰나마나한 마스크를 왜 쓰느냐”는 지적이었다.
이번에 코로나19에 걸린 한혜진과 곽정은은 KBS joy '연애의 참견'에 같이 출연해왔다. 가림막이 설치돼있는 해당 방송 프로그램. 사진 KBS N 유튜브 캡처
코로나19가 더 확산하자 이젠 업계 내부에서도 “관련 지침을 재정비해달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프리랜서 모델로 활동하는 A씨(29·여)는 “감염 위험뿐 아니라 마스크를 벗고 야외 촬영을 할 때 행인에게 비속어가 섞인 욕설을 들은 적도 있다. 우리 역시 불안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사람 시선이 제일 두려운 만큼 확실한 세부 지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 겸 방송인 곽정은씨는 지난 1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너희는 무슨 특권으로 마스크를 안 쓰고 모여서 떠들어’라는 말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글을 올렸다. 곽씨는 “팬데믹 시대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의무이자 권리지만, 대부분 방송 현장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은 방역 지침에 관련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며 “방송 제작 환경에도 분명히 변화가 필요하다. 방역 당국의 빠른 판단을 부탁한다”고 적었다. 방송 출연자의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을 마련해달라고 방역 당국에 촉구한 것이다. 그는 ‘특권이 있어서가 아니라 권리가 없다’는 해시태그(#)도 덧붙였다.
방송 내용에 ‘코시국(코로나19 시국)’의 세태를 반영한 작품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방영을 시작한 KBS 2TV 주말 드라마 ‘오케이 광자매’에서는 마스크를 쓴 주인공이 수차례 등장했다. 지난 9일 발매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마스크를 쓴 주변 인물이 나온다.
한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메시지 전달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출연자 전부가 마스크를 쓰고 방송하는 현실은 보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인원으로 최대한 조심하며 촬영하고 있지만, 위험 요소가 곳곳에 있는 것은 맞다. 코로나19 확산 등을 고려한 세밀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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